명상학교 수선재 - 맑게 밝게 따뜻하게
로그인 | 회원가입 | 사이트맵 |
언론보도
HOME > 회원마당 > 언론보도

[Why] 휴대폰도 보일러도 없다… 그 빈자리, 사람이 채웠다

목록 l 메일 l 프린트 l 폰트크기 확대축소

충북 '전기없는 마을' 체험해보니

벌레처럼 기어오르는 불안

혹시 급한 전화 올까 꺼진 휴대폰만 만지작

자연스레 사람의 온기를

옆집과 촛불 켜고 대화하며 칠흑같은 외로움 견뎌

 
지난달 31일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서울 N타워와 63빌딩 등 주요 건물과 공공기관 7만여 곳, 공동주택 200만여 가구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온실가스와 탄소배출량을 줄이자는 캠페인으로 지난 2007년부터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주최해 온 '지구촌 불끄기(Earth Hour)'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뿐 아니라 전 세계 135개국 5200여개 도시가 참여했다.

Chosun

문화 공연에 이어진 뒤풀이 자리를 밝힌 것도 전깃불이 아닌 촛불이었다.(왼쪽)'전기 없는 날'을 맞아 선애빌 주 민들은 촛불을 조명 삼아 시낭송ㆍ노래 공연이 어우러지는 문화 공연을 열었다.(오른쪽) / 곽래건 기자


충북 보은군 마로면 기대리에 조성된 21가구 60여명 귀농 마을 '기대리 선애(仙愛)빌'도 불끄기에 동참했다. 하지만 시간은 1시간이 아닌 24시간이었다.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며 작년 11월 입주한 선애빌은 그동안 마을 자체적으로 '전기 없는 날'에 5회 도전했었다. 시간도 24시간에서 72시간으로 점차적으로 늘려왔다. 이날은 마을 주민뿐 아니라 가족·친척·친구 20여명을 초청해 24시간 동안 '전기없는 체험행사'를 열었다. 취재진에게도 오직 사진 촬영을 위한 카메라 배터리만 허용됐다.

전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휴대폰부터 꺼야 했다. 애초 예정과 달리 1박을 하게 됐으나 "속리산 인근 시골에서 외박을 하게 됐다"고 집에 알릴 방법이 없었다. '혹시 급한 전화가 오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휴대폰을 만지작거렸지만, 전원 버튼을 누를 수는 없었다.

낮 시간엔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을 못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전기가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낀 건 오후 7시 20분 해가 지면서부터였다. 다행히 이날 반달이 떠서 길을 다닐 수는 있었지만 실내에서는 촛불을 켜야만 했다. 마을 강당에서는 촛불 100여개를 켠 채 문화 공연이 열렸다.

숙소에 마련된 수세식 화장실을 쓸 수 없는 게 문제였다. 수세식 변기의 물은 전기 펌프로 채우기 때문이다. 선애빌에서는 아예 이런 경우를 대비해 마을에 재래식 화장실에 효소 처리를 해 냄새가 나지 않는 '생태 화장실'을 만들었다. 주민들과 체험행사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생태 화장실을 이용해야만 했다.

보일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보일러의 물을 데우는 데는 장작을 썼지만, 이 뜨거운 물을 각 방바닥에 보내는 순환 펌프가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날 밤 바깥의 온도는 영상 4℃, 실내 온도는 영상 14℃였다. 평소 생활하던 실내 온도보다 10℃가량 낮았지만 잠들기 전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불만 깔고 자면 밤에 후회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말에 방바닥에 매트를 깔고 이불 대신 침낭 속에서 잤다. 하지만 잠든 지 몇 시간 안돼 추위가 몰려왔다. 매시간에 한 번꼴로 잠에서 깨다 새벽 4시쯤에 오리털 파카를 입고서야 잠이 들었다. 주민 황명호(56)씨는 "겨울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라며 "겨울에 전기 없는 날 행사를 할 때는 방 안에 1인용 텐트를 치고 잤다"고 말했다.

씻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비를 받거나 우물에서 길어올린 물만 사용할 수 있었고, 수도는 당연히 나오지 않았다. 물론 냉수였다. 양말을 빨 때도 손빨래로 해결해야 했다.

TV와 컴퓨터를 켜지 못하니 어두워진 이후엔 마땅히 할 게 없었다. 촛불 옆에서 책을 읽으려고 했으나 익숙지 않아 오래가지 못했다. 마을 주민들은 "전기를 끊는 날이면 저녁 이후 할 게 없으니 자연스레 옆집 사람하고 이야기하게 되더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도 이날 밤 마을 강당에서 주민들과 함께 어울렸다.

양승환 선애빌 대표는 "지금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건 지구에 심각한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전기 사용을 함께 줄여나가자는 취지로 매달 넷째 주말 외부인들을 초청해 이 같은 체험 행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래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6 [헤럴드경제]그들이 귀농한 이유, “지속가능한 생태공동체” file 수선재 2012-07-30 1859
105 [한국경제]개인의 행복과 지구의 행복을 위하여… `생태공동체 뚝딱 만들기` file 수선재 2012-07-30 1639
104 [연합뉴스]보은 선애빌, '그린힐링 콘서트' file 수선재 2012-07-30 1922
103 [충주일보]별빛따라 흐르는 그린음악회 수선재 2012-06-05 1911
» [조선일보][Why] 휴대폰도 보일러도 없다… 그 빈자리, 사람이 채웠다 file 수선재 2012-05-07 2875
101 [연합뉴스]생태공동체 `선애빌' 사람들이 사는 법 file 수선재 2012-04-04 2207
100 [한국일보]전기 'OFF'하면 소통 'ON' file 수선재 2012-04-04 1987
99 [한겨레]3월 30일 충청·강원 토막소식 file 수선재 2012-04-04 1665
98 [충청일보]직접 수확한 쌀로 '이웃情' 전달 file 수선재 2012-04-04 1727
97 [대전일보]충주 귀농인 첫 수확 쌀 경로당 기탁 file 수선재 2012-04-04 1840
96 [뉴시스 대구/경북]21세기 분청사기의 부활…대구서 이한윤 전시회 ” file 수선재 2011-11-09 2942
95 [영남일보 ]흙·바람·돌… 은은히 담아낸 분청사기(고흥요 이한윤작품전 ) file 수선재 2011-11-09 3203
94 [헤럴드 경제]<위기의 지구에서 살아남는 응급치료법 .>화제 file 수선재 2011-10-31 3159
93 [용인인터넷신문 ]태풍 쓰나미, 경제 쓰나미가 되어 세계를 덮친다 file 수선재 2011-10-20 2293
92 [충북 일보 ]위기의 지구, 희망을 말하다 출간 file 수선재 2011-10-20 1806
91 [저자강연회 안내] 동이족의 숨겨진 역사와 인류의 미래 file 수선재 2011-10-12 3616
90 [동아닷컴]대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file 수선재 2011-10-11 2015
89 [브레이크뉴스]지구를 살리는 희망의 메신저를 만나다 file 수선재 2011-10-11 2162
88 [뉴시스]인류의 시초는 동이족이다? file 수선재 2011-10-07 2648
87 [광주무등일보]"환경재앙 위기의 지구, 희망은 있다" file 수선재 2011-09-28 2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