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이 길이 바로 나의 길인 것이다.
어느 곳은 나의 길이고,
어느 길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편안하다고 나의 길이며,
편안하지 않다고 나의 길이 아닐 것인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순간 이진사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있는 자신을 느꼈다.
‘그렇다. 이곳이 나의 길이다.
나의 길을 가자.
느낌이 없으면 없는 대로 나의 길이 있지 않겠는가?
가자.’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서서히 앞이 밝아 오고 있었다.
서서히 밝아져 오고 있는 것을 보니 어딘가 낯익은 광경이었다.
전에 언젠가 한번 본 곳인 것 같았다.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여 차갑기 그지없었으며,
바람은 없었으나 지상에서 느껴 보지 못한 엄청난 냉기로 뒤덮여 있었다.
풍경은 아주 삭막하고 추웠으나
무언가 느낌상으로는 따뜻한 부분도 있었다.
‘이게 무엇인가? 내가 마음을 잘못 써서 이렇게 된 것일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마음을 잘못 썼다면 더 이상의 벌칙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기감이 통하지 않는 것보다 더한 벌칙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의 자신으로 본다면 인간으로 있을 때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이것이 본래의 나의 모습인가?’
그런 것 같았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누구든 있기라도 한다면 어쨌든 물어볼 수도 있으련만
아무도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