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하여야 할 것인가 서서히 생각해 보았다.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저 앞으로 그대로 나갈 수도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만도 없었다.
언제까지 이대로 있는단 말인가?
가만히 얼음을 보았다.
저 멀리에 있는 얼음 속에서 무슨 빛이 번쩍한 것 같았다.
무엇인가가 보이고 있는 것 같았다.
다른 얼음은 하얀 색깔을 보이고 있는데
한 얼음에서만 색깔이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높이가 약 세 길(한 길은 사람의 키 정도의 길이),
넓이는 두 길 정도 되는 얼음 덩어리였다.
‘무엇인가?’
선계에 온 이후 전혀 상상치 못했던 것들을 많이 보아 왔는지라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무엇이 있으면 가 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저곳으로 가려면 얼음을 밟고 건너가야 할 것이었다.
발이 시릴 것 같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발에는 아무것도 신은 것이 없었지만
아직도 인간의 습성이 남아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천천히 마음을 움직여 앞에 보이고 있는 얼음으로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얼음의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아니 얼음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작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작아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