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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이야기 - 매화달집

문예관 조회 수 1636 추천 수 0 2015.05.06 10:19:18


어느 이름 없는 마을에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이 소년은 조금 남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대부분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기 마련인데, 소년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말도 별로 없구요. 소년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장난감이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보다는 조립하고, 분해하는데 더욱 흥미를 느꼈습니다. 장난감이 시들해지자 흥미는 기계로 옮겨갔습니다. 시계를 뜯어 보기도 하고, 선풍기, 텔레비젼을 뜯어서 가끔 고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항상 방에만 틀어박혀서 뭔가를 하고 있었죠. 소년의 부모님은 아들이 걱정되었습니다.

 

"밖에서 뛰어 놀아야 할 나이에 집에만 있는 것을 좋아하니, 참 걱정이예요."

"그러게 말이오. 몸도 허약한데..."

 

부모님은 의논 끝에 소년에게 자전거를 사 주었습니다. 마지못해 자전거를 배우기는 했으나, 숙달이 될수록 자전거는 소년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알게하였습니다. 산들 바람을 맞으며 마을길을 달리는 상쾌함은 이전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쁨을 열어주었습니다. 온몸을 감싸고 도는 시원한 바람. 휘리릭 스쳐 지나가는 가로수들. 방안에만 있을때는 미처 몰랐던 넓은 바깥 세상…. 소년은 자전거에 열중했습니다.

 

이 마을 저 마을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속에 소년은 어느덧 건강한 청년이 되어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년의 마음속에는 뭔지 모를 허전함이 생겨났습니다. 이전처럼 달리는 것은 그리 만족스럽지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더 빨리 달리고 싶었고, 그래야 더욱 후련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헌 자전거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 내가 한번 자전거를 고쳐보자."

 

청년은 자전거의 구조를 연구하고, 개량을 했습니다. 조금씩 속도가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청년에게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니었지요. 이젠 경제적으로 자립할 나이도 되었기에, 청년은 생각했습니다.

 

"맞아! 자전거를 만드는 일을 하는거야. 나의 일로써 전념할 수 있으니 더욱 빠른 자전거를 만들 수 있겠지."

충분한 연구와 경험을 거쳤으므로, 그는 능숙하게 자전거를 만들어냈습니다. 새로운 자전거는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제법 팔려나갔습니다. 청년은 흥이 나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일까요? 몇달이 지나자 손님이 적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자전거를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연구를 하느라고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손님은 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 이상 어떻게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피로와 절망 속에 그는 지쳐갔습니다. 이제는 자전거를 타는 일 조차도 그에게 기쁨을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화려하진 않으나 단아한 옷차림에 기품이 느껴지는 할머니였습니다. 입가에 띈 미소는 뭔지 모를 신비한 느낌까지 주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별다른 흥정없이 자전거를 사가지고 가셨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청년은 잠시 그 미소에 대해 생각을 했습니다. 왠지 낯이 익은것 같기도 했습니다.


다음날 오후였습니다. 늘상 그렇듯이 자전거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어제의 할머니가 찾아왔습니다. 할머니는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안장을 좀 낮추어 줄 수 있소?"

"네, 물론입니다."


청년이 수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옆에 앉아서 한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할머니의 말투가 꼭 아이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것 같아 우습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청년은 개의치 않고 일을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네, 안녕히 가세요…."


그 다음날, 할머니가 또 찾아왔습니다. 항상 미소를 띈 얼굴입니다.


"이 핸들을 뒤로 좀 당겨주구려."

"예, 알겠습니다."


수리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다 고쳤습니다."

"수고했어요."


그 다음날 또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여기 좀 이렇게"


역시 수리하는 동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청년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한번에 얘기를 하면 좋을텐데, 날마다 한가지씩 요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12일이 지나고, 청년은 마침내 화가 났습니다.


"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겁니까? 이렇게 자꾸 번거롭게 하시는 이유가 뭐죠?"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진정하게. 일부러 자네를 귀찮게 할 생각은 없어. 나는 단지 젊은이가 좋은 자전거를 만들기를 원할뿐이야…."

"……."


할머니는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는 자전거를 크고 튼튼하게 잘 만들지만, 이 늙은이는 그걸 타기에는 좀 벅차네. 그래서 일일히 나에게 맞는 구조를 요구한 것이지. 한가지를 부탁했을 때 스스로 전체를 고쳐주길 바랬지만, 12일이 지나도록 알아차리질 못하더군…."

 

할머니가 가신후 청년은 할머니의 말을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왜 할머니는 그 말씀을 나중에야 하셨을까?'


의문이 풀리질 않았습니다.


'왜 하루에 한가지씩 수리를 시키셨을까?'


작업을 하면서도 내내 의문이 머리에서 떠돌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청년은 어느날 한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전거의 수리해야 할 부분이 그 주인들의 특징에 따라 공통점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급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브레이크가 자주 고장이 났습니다. 느긋한 사람들은 브레이크가 많이 느슨해져 있고, 수리비의 지불도 잊어버리고 갈 정도로 덤벙대는 사람들은 자주 넘어뜨려 핸들이…. 몸이 무거운 사람들은 바퀴가….


'재미있군.'


청년은 자전거와 주인의 관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에만 몰려있던 관심이, 자전거와 함께하는 주인들에게 옮겨가면서 그들의 감정과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방식은 다를지라도 모두 자신과 가족을 위해, 또는 그밖의 것들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인 것이었습니다. 청년의 가슴에는 따스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는 주문한 손님에게 맞는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성격의 사람들에게는 브레이크를 더욱 튼튼하게…. 키가 작은 사람들에게는 안장을 낮게…. 주부들에게는 장바구니를 앞에 달아주었고, 아이들에게는 보조 바퀴를 붙여주었습니다.


청년의 묵묵한 배려는 손님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튼튼하고 편안한 맞춤 자전거는 입에서 입으로 알려지면서 손님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또르륵 구슬땀이 흐르고, 청년의 가슴은 점점 따뜻해져 갔습니다.


'온누리 자전거'


커다란 간판을 달게 되었지요.


이윽고, 그는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직접 타던 것 이상으로 행복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타는 기쁨은 그것뿐이지만, 다른 사람이 타는 기쁨은 수십명, 수백명 계속 늘어갈수록 커지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충만해 갔습니다….


* * *

* *

*


세월이 흘러, 그의 아들이 아이를 키울 무렵, 이웃 마을에서 소문을 들은 젊은이가 그를 찾아왔습니다.


"저도 자전거를 무척 좋아합니다. 어떻게 하면 자전거를 잘 만들수 있을까요?"


이제는 주름이 잡힌 손으로 자전거를 고치던 그는 고개를 들어 젊은이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일어서서 이마의 땀을 훔치며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공원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고 있었습니다. 잠시후 그는 청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깊고 투명한 눈빛이었습니다.


"자전거만큼 그 주인에게 관심을 가져보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것은 자네가 알아내야 할걸세. 인생의 해답은 직접 풀어낸 자만의 것이기 때문이지…."


다정한 눈으로 젊은이를 바라보는 그의 입가엔 예전 그 할머니의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 끝 -


붙임 : 할머니가 들려주신 열두가지 이야기는 무엇이었냐구요? 그건…. 나중에 기억이 나면 들려드리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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