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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공주 이야기 - 장미리

문예관 조회 수 1914 추천 수 0 2015.05.17 10:44:23


    하늘을 들이쉬고 땅으로 내보내고
    우주를 들이쉬고 아래로 내보내고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내보내고
    한번에 채우고 한번에 비우고
    단전을 의식하되 빠지지 말고
    호흡에 실려 호흡에 실려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조용조용한 선율이 나른하게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맑은 여름밤이었어요.

"이 녀석들, 아직도 잠을 자지 않는구나. 눈망울이 별같이 초롱초롱한 것이 마치 오로라 공주님 어릴 적 같구나."

할머니는 올망졸망한 손자, 손녀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손에 든 부채로  달려드는 모기를 쫓으며 앉은 모습은, 세월의 흔적을 여실히 말해주는 듯 하였습니다. 가끔씩 코끝에 향긋하게 모깃불의 냄새가 스쳐갔습니다.

"사라진 공주 이야기를 해줄까?"

주름으로 가득한 얼굴에 그리움이 가득 피어올랐습니다.

"해주세요."
"사라진 공주 이야기요"
"저두요..."

"녀석들..."

할머니의 눈이 어느새 꿈꾸는 듯 젖어들었습니다.

"공주님이 너희들처럼 아주 작은 아이였을 때의 일이란다.

나는 공주님이 태어나신 지 삼일 째부터 유모 노릇을 했단다. 그렇게 예쁜 아기는 그때까지 없었어."

 

+++

1

 

옛날옛날 요정의 나라에, 천방지축인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공주는 어릴 때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임금님과 왕비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막내딸이었을 뿐 아니라 더없이 예쁘게 생겼거든요. 공주의 반짝이는 눈과 긴 속눈썹, 쉴새없이 조잘거리는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즐거워지곤 하였지요. 그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공주의 이름은 오로라였어요. 오로라 공주의 아름다움은 인근 나라에 널리 퍼졌습니다. 왕가의 행차가 있을 때면 귀여운 공주를 한 번이라도 보고자 수많은 인파가 거리에 나오곤 하였어요.

세상에서 부러울 것 없는 공주에게는 한가지 결점이 있었으니 바로 너무 덤벙대고 서두르는 성격이었습니다. 게다가 호기심으로 말하면 요정의 나라에서 따라올 사람이 없어서 어딜 가자고 떼를 쓰고 징징 울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늘 실수연발이었답니다. 임금님과 왕비님도 걱정은 되었으나 '크면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할 따름이었어요.

오로라 공주에게는 5명의 언니들이 있었어요.
언니들 모두 그 미모와 지성으로 소문난 재원들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한 명, 한 명 사라지는 것이었어요.
요정의 나라의 규칙상 일정 나이가 되면 타별에 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야 하는 법에 따라...

첫째 언니 사리는 아르미안 성으로
둘째 언니 밀리아나는 홀리 성으로
셋째 언니 라라는 이오니아 성으로
넷째 언니 아니타는 라퓨타 성으로
마침내 다섯째 언니 미니마저 먼지 성으로 떠나던 날
오로라 공주는 너무너무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답니다.

엉엉 울다 지쳐 돌아본 성은 온통 텅 빈 것 같았고, 혼자서 놀려니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었어요.
제일 친한 다섯째 언니랑 늘 하던 인형놀이를 해봐도 상대해줄 사람이 없으니 시들해져서 그냥 던져버리고, 시소를 타도 재미가 없고, 그 좋아하는 우주빗자루 드라이브도 시들했구요.

"나도 언젠간 가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떠날 생각을 하니 겁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었어요. 물론 갈 때가 되면, 가고 싶다고 가고 안 가고 싶다고 안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밤 몰래 방을 빠져나온 공주
왕궁 옥상에 있는 비밀의 방에 숨어들었답니다.
호기심이 너무 많은 공주...
예전부터 궁금했던 곳이었어요.
언니들이 7살이 되면 모두 그 방에 들어가서 사라지는 그 얄미운 방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아직 5살인 공주에게는 너무 벅찬, 긴긴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서 드디어 방문을 열었어요.

얄굿기도 해라.
그날따라 경비병은 왜 졸고 있었을까요?

 

 

2

 

방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투명한 유리로 되어 하늘이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천장으로는 별이 쏟아질 듯 가득 내다보이고 있었습니다.

"아, 아름다워라"

저도 모르게 공주의 예쁜 입에서는 혼잣말이 새어나왔어요.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내일 아침에 유모에게 따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넓다란 방의 가운데에는 엄청나게 큰 기계가 놓여있었어요. 기계에는 수백 개의 버튼이 켜졌다 꺼졌다 하며 빛나고 있었지요.
그래서 불이 켜지지 않은 방이었지만, 불빛이 반사되어 바닥에 무지개 색의 아름다운 무늬를 연출하고 있었지요.
슈퍼컴퓨터 같이 생긴 기계의 가운데는 원통형으로 비어있었는데,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큼의 공간이었어요. 원통 속에서는 희미하게 빛이 나오고 있었어요. 미색의 따뜻한 빛이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끌린 공주.
원통 안으로 들어가 그 빛의 가운데에 서보았어요.
그랬더니 글쎄

'아~'

하고 탄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운 우주가 거기 커다란 모니터에 펼쳐져 있었어요.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다니......
잠시 꿈을 꾸듯 공주는 멍~하게 그 자리에 서서 우주의 모습을, 별들이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어요.
보라색 우주, 은빛 우주, 청회색 우주...... 별들이 서로서로 깜빡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답니다.
우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요정의 나라 어디서도 이런 광경은 찾아보기 어려웠지요.

그 중에서도 유난히 푸르게 빛나는 작은 별이 하나 눈에 띄었어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그 별을 클릭했는데......
아주 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이게 웬일이에요?

갑자기 모니터 안의 그 별에서 엄청난 기운의 소용돌이가 나와 공주의 몸을 둘러쌌어요.
어느새 미색의 빛 기둥이 되어 돌아가면서 방 전체가 순식간에 빛으로 가득차왔답니다.

"아. 이게 뭐지?"

"세상이 온통 하얘"

"아아아......"

"엄마......"

공주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답니다.

 

 

3

 

공주가 들어간 곳은 왕궁에서도 신성시되는 비밀의 방이었답니다.
공부를 위해 다른 별로 떠나는 요정나라 주민들의 우주정거장이었어요.
공주가 클릭한 별은 요정의 나라에서 너무너무 먼, 우주의 서북방 외곽에 위치한 아스(earth)라는 별이었구요.
그렇게 클릭함으로 인해서 시공이 바뀌고 그 별로 가게 되는 거지요.

그러나 공주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요?
한번 다른 별에 간 요정의 나라 주민은 일정한 공부를 마쳐야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그 별에서의 생활에 휘말려버리면 수십 생을 돌며 헤메게 되고
영영 고향별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게다가 공주는 너무 어려서 아직 요정나라의 법을 잘 몰랐답니다.
가기 전에 모든 주민은 명(命)을 담당한 부서에서, 각자의 특성에 따라 공부의 내용, 난이도, 돌아오는 시기 등등 아주 상세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짜가지고 간다는 걸. 그리고 각각 영적인 선생님이 한 분씩 배정되어 다른 별에서의 공부를 도와주신다는 걸......

그런 스케줄도 짜지 않고 선생님도 정하지 않은 채 갑자기 가게 된 공주가 도대체 어디서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런지요......

호기심을 못 참아서 자신도 모르게 아스로 떠나는 우주선에 타버렸지만
이제부터 기다리고 있는 고난의 세월들을 철없는 공주가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한편 요정의 나라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아니, 스케줄도 안 짜고 갔다고? 어떻게 다시 오려고?"

"임금님은 이제 따님 하나를 잃으셨구나. 가장 예쁘고 귀여운 막내 따님을......"

"게다가 우주에서도 최고로 공부가 어렵다는 아스로...?"

"거기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한 분들도 많이 있다는데......"

임금님과 왕비님은 큰 슬픔에 잠겨버렸어요.
일단 다른 별로 가는 우주선에 타버리면 공주의 아버지인 요정나라 임금님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스스로 운명의 바다를 헤치고 자신의 자리를 찾을 때까지...


4

 

그리하여 공주는 돌이킬 수 없이 지구에 '응애응애' 태어나버렸지요.

서두르고 덤벙대는 성격은 지구에서도 여전했어요.
늘 하는 일이 서툴었지요.
학교에서도 실수연발, 시험 볼 때도 실수를 많이 하고, 사람을 잘 못 알아보고, 잘 넘어져서 웃음거리가 되고, 길눈도 어둡고......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탓에 큰 어려움은 겪지 않고 넘어가곤 했지만
지구에서의 삶은 왠지 고달펐어요.
이미 물질문명에 물들대로 물든 아스의 사람들은 바탕이 너무나 순수한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세상일에 서툰 그녀는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인간들의 잡스러움에 어울리지 못하여 날로 외로움을 타고 잘 섞이지를 못했어요.

혼자 있는 시간이면 생각했죠.

'난 왜 이리 다른 걸까? 왜 이렇게 고달픈 걸까? 왜 나는 다른 친구들같이 그냥 즐겁게 살지 못하는 걸까?'

외로운 시간이면 늘 함께 한 책들이 없었다면 그녀의 삶은 참으로 팍팍했을 겁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한가한 시간에 혼자 앉아 책을 쌓아놓고 읽어제끼는 일이었어요.
책 속에 빠져 먼 나라로, 바다 속으로, 우주로 떠나보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고, 그런 일들이 언젠가 자신에게 일어나리라고 상상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었어요.

그리하여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학창시절을 지내고 공주는 아름다운 여성이 되었답니다.
서두르고 실수하는 습관은 여전했지만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빛과 우아한 몸동작들은 전생의 공주시절을 연상하게 해주었어요.

 

 

5

 

한편 언니들은 미리 착실히 준비한 덕에 각자의 스케줄대로 공부를 마치고 있었어요.

첫째 언니는 의사로
둘째 언니는 수녀로
셋째 언니는 현모양처로
넷째 언니는 화가로
다섯째 언니는 소설가가 되었어요.

 

각자에게 주어진 공부를 해결하고 하나하나 요정의 나라로 돌아갔지요.
그 중 오로라 공주를 제일 사랑하던 막내 언니가 사정을 듣고 오로라 공주와 함께 가려고, 고향별로 가는 대신 아스로 왔어요. 그리고는 공주의 주변을 맴돌며 몇 가지 시도를 했어요.

때론 말로, 때론 뭔가를 보여주려 시도하기도 하고, 듣게 해보려고도 하고...... 고향별과 언니들, 부모님을 기억하게 하려고 무지 애를 썼어요.
하지만 이미 진폭이 심한 아스라는 별의 언어와 파장에 익숙해진 공주에게는 아무 것도 와닿지 않았어요. 막내 언니가 보내는 잔잔한 우주의 파장은 풍랑이 이는 바다에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답니다.

하지만 막내언니는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오로라 공주의 영이 깨어나도록......

그 덕에 공주의 생활이 좀더 고달파진 건 사실이었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던가요? 영이 안 깨이니 몸이 힘들어지나봐요.

어느 날은 길가다 뜬금없이 어떤 사람을 만나 '도를 아십니까?' 라는 말에 끌려 한참을 따라다니고,
스님을 만나 '인생은 고해'라는 말을 듣고 절에 몇 번 가보기도 하고
목사님을 만나 교회에 다녀야 천당간다는 설교에 교회에도 들락거려보고
각종 정신세계와 관련된 단체 주위를 맴돌게 되었어요.
그러나 어떤 것도 오래 가지를 못하고 곧 시들해졌지요.
공주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한 언니의 시도는 늘 일시적인 결과만 가져오곤 했어요.

그러나 이미 그녀의 아름다운 이마는 늘 수심에 차 있게 되었어요.
보이는 것들이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면 왠지 모를 눈물이 흘러내려 볼을 적시었어요.

고향별에서는 끊임없이 언니들이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지요.

"
오로라!
오로라!!
오로라!!!

기다리고 있어요.
기억해요. 먼 옛날의 약속을, 우리들의 그리움을
즐거운 우리들의 어린 시절을
함께 나아갈 광대한 우주를......
"

외로워질 때면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는 게 버릇이 된 공주.
어떤 날은 실제로 '오로라!'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기도 하였어요.
그러나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 넘기곤 하였지요.
둘러봐도 도대체 자기를 부를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이상하다......' 하고 여겼을 뿐.

 

 

6

 

막내 언니는 최후의 방법으로 책을 하나 냅니다.
『요정의 나라에 가고 싶다』라는.

어떻게 냈느냐고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조절하는 우리 세계의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다면, 당신은 밥 먹는 것 하나도 자유로이 할 수 없을 거예요.
우리에게 일어나는 하나 하나의 일들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보이는 세계의 모두 일들은 마치 동전의 앞뒷면같이, 보이지 않는 세계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답니다. 그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답니다.

그리하여, 소설가인 막내언니가 파장을 전달하여 어떤 무명 작가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오게 된 그 책은 '요정의 나라에 관한 내용과 요정의 나라로 가는 방법, 고향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늘 그렇듯 어느 주말 오후, 서점에 간 공주.
『요정의 나라에 가고 싶다』를 발견하고 읽습니다.
저자는 김민희(mini).
왠지 끌림이 가는 이름이었지요.

책을 손에 드는 순간 공주는 마법에 걸린 듯이 책 속으로 빨려들었어요. 그 자리에서 전체적으로 훑어보고는 당장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요. 그 책을 제대로 다 보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전철역에 내리면서부터 정신없이 막 뛰어서 집까지 온 공주. 문을 닫고 책 속으로......
책장을 넘기는데 웬일일까요? 한 장을 읽기도 전에 하염없이 눈물부터 흘러내렸고, 책의 활자들이 활활 타면서 온 몸으로 들어오는 듯 몸이 뜨거워지는 거예요. 팔다리도 감전된 것처럼 저릿저릿해왔지만 책 속에 빠진 공주는 계속 끝까지 읽어나갔답니다.
머리 위로는 폭포수 같은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온 몸은 뜨겁고......
그러나 독서삼매에 든 공주에겐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
까맣게 잃어버린 요정의 나라의 이야기들이 파노라마 지나가듯 눈에 보일 때 공주는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분명히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는 걸. 너무 익숙하고 분명한 사실들.
실제로 책 내용은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들이었는데도.
우주, 우주인이라든지, 다른 차원의 세계, 기(氣)로써 움직이는 UFO 같은......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

거기에는 시가 한 편 있었어요.

 

      하늘을 들이쉬고 땅으로 내보내고
      우주를 들이쉬고 아래로 내보내고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온몸으로 내보내고
      한번에 채우고 한번에 비우고
      단전을 의식하되 빠지지 말고
      ♡  에 실려  ♡  에 실려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머나먼 그곳까지 갈 수 있도록 해야지

 

♡ 빈 곳에 들어갈 키워드를 아는 당신은 요정의 나라 주민입니다!

아! 공주는 단숨에 알 수 있었어요.

그건 바로... '호흡'이었어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 노래는 다름 아닌, 요정의 나라에서 가장 많이 불리는 자장가였거든요.

요정의 나라......
아, 요정의 나라......

가만히 입으로 발음해보면서 공주의 몸은 기쁨으로 떨려왔답니다. 정녕 자신이 요정의 나라에서 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는 떠나온 고향의 풍경이 흘러가고 있었어요.
이렇게 확실히 아는 곳.
이렇게 그리운 곳.
그곳은......

 

 

7

 

그때 공주의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어요. 머리에 황금빛 후광을 두른 눈부신 모습이었지요.

"오로라!"
"얘야!"

그들은 공주의 아버지와 어머니인 요정의 나라의 임금님과 왕비님이었답니다. 먼 곳에 딸을 유학 보내고 나서 노심초사해온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있었지요. 그래도 이렇게 성장해준 데 대한 대견함 또한 감출 수 없었지요.

"자,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야지."

그 때 다섯 명의 언니들이 나타났어요.
모두 이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완벽하고 성스러운 모습들이었답니다. 언니들의 맑고 투명한 눈은 방안을 환히 비추는 듯 하였어요.

"오로라"

"오로라......우리랑 함께 가자."

"넌 이제 다시 요정의 나라로 돌아올 수 있어. 키워드를 기억했으니......"

"어서 가자"

그 때 공주가 물었어요.

"요정의 나라에서 온 우리 동포들이 이곳에 또 많이 있나요?"

왕비님은 슬픈 눈으로 고개를 흔들었어요.

"많다마다. 이곳은 우주에서도 고난도 수련별로 알려져 있어 공부를 무사히 마치면 많은 진전을 이룰 수 있으나 그만큼 공부 스케줄이 험난하단다. 모든 기억을 잊고 처음부터 시작하여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단다. 수련을 통하여......
그리고 한 번 온 이상 떠나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아니란다."

"저는 어떻게 해서 이렇게 어머님, 아버님을 만나게 되었나요??

"너는 좀 특별한 경우이니라. 온전히 다 그렇다고는 볼 수 없지만 네가 살아온 과정이 수련이었고, 또한 네 막내 언니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그렇게 되었단다."

'그러면 나처럼 특별한 인연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공주는 밝게 웃는 막내언니의 다정한 얼굴을 향해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릴 적 같이 놀던 장난기가 여전히 조금 남아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어요.

"어서 가자. 너를 맞이하느라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단다."

"그래, 오로라, 어서 가자"

그러나 오로라 공주는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채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어요.

오로라 공주의 눈에는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요정나라 주민들의 모습이 교차되고 있었어요. 그녀의 깊은 영혼의 눈으로는 희망이 없는 삶을 되풀이하는 온 우주의 생명체들이 보이고 있었어요.
그 중에는 너무나 오래 전에 요정의 나라에서 온 백성들, 너무 많은 생을 거듭하여 이젠 꿈에서조차 기억이 희미해진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들을 바라보는 공주의 볼엔 끊이지 않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전 떠나지 않겠어요.
저도 이곳에서 수련을 하겠어요.
그게 공평해요.
제가 받은 은혜를 돌려드리겠어요.

저는, 글을 통하여 길을 못 찾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겠어요.
자신을 태워 주변을 밝히는 촛불이 되겠어요."

그녀의 눈은 단호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답니다. 임금님과 왕비님은 그걸 말릴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아......

"오로라.
네가 태어났을 때 받았던 예언이 생각나는구나. 우린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봐 걱정도 했었고 또 한편으로는 기대 또한 없지 않았단다.
그 때 그 예언은 이랬지.

 

-
자랑스런 우주의 딸이여
자신의 거듭남, 우주의 거듭남, 생명 가진 모든 것을 구하리라.
-

 

"너는 요정의 나라에 머물 그릇이 아니로구나.

가라. 자랑스런 우주의 딸이 되어라.
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그 분의 도구로 쓰이거라.

이제와 생각해보니 네가 우연히 아스행 우주선에 타게 된 것,
이렇게 오게 된 것도 예정된 스케줄이었던 것 같구나.
그 동안의 고생은
큰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하늘에서 준비하신 것.
네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돌아오너라.
00의 네 자리가 비어있음을 항상 잊지 말고......"

 

 

8

 

눈발 날리는 벌판에서 홀로 기도하는 그녀.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할 줄 아는 것도 없습니다.
그냥 그들의 영혼의 진화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이곳에서 그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그녀는 꿈을 꾸고 있었어요.
앞으로 그녀가 써나갈 '요정의 나라에 가고 싶다' 2, 3, 4... 수많은 책들이 야곱의 사다리처럼 요정의 나라까지 이어지는 꿈을......

합장한 두 손에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흰 눈이 그녀의 두 어깨에 고요히 쌓여갔습니다.
소복히 쌓인 하얀 눈을 붉은 노을이 내려와 따스하게 물들여주었어요.

요정의 나라에서는 그날부터 다 함께 공주님의 귀환을 기다리는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렇게해서 우주는 진화하는 것이지요.

 

 

그녀는 자신의 길을 갈 것입니다.
마침내 인류의 정신적인 지도자가 될 것입니다.
수많은 영혼을 밝은 빛으로 인도하고 진화시키고서야
머나먼 그곳, 고향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

 

"할머니, 할머니"
"왜?"

"그래서 공주님은 돌아오셨나요?"
"요정의 나라, 이곳에는 아직... 이란다."

"많고 많은 생명과 별들 가운데 한 점 빛을 뿌리며 우주에 계시단다. 그 어디에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사랑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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