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이렇게 걸어서 다녔던 것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멀리만 보이는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으로 생각되는 것은
해가 지지 않는 것과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인간으로 있다면 이 정도 먼 거리를
맨몸으로 걸어서 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그런데 그래도 선계이므로 인간의 속도로 걸어간다고 해도
도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었다.
이진사는 한발 한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가야 한다.
이 길은 누가 대신 가 줄 수 없는 나의 길인 것이다.
가자, 힘내서 걷자.’
길은 좁아졌다가 넓어졌다가 했다.
좁을 때는 한 뼘도 되지 않다가
넓을 때는 간신히 옆으로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넓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건너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체(氣體_기로 된 몸체)가 걸어간다면
닳은 흔적이 남지 않을 것이다.
기체가 건너간들 무슨 발자국이 남을 것이며,
닳은 흔적이 남을 것인가?
아무런 자국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길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서 건너간 것일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건넌 것은 아닐세.”
다시 선인의 말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