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가다듬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두려움이 몰려왔다.
뼛속까지 몰려오는 두려움이었다.
일찍이 느껴 본 적이 없는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이 일자 그 두려움이 다시 두려움을 몰고 와서
두려움의 정도가 갑자기 수백, 수천만 배로 증가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이 모두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의 우주가 있었단 말인가?
이러다간 내가 두려움에 묻히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이럴 수는 없다.
내가 누구인데, 얼마나 힘들여 이곳까지 왔는데
지금 이러한 곳에 떨어져서 사라져야 한단 말인가?’
이진사는 두려움을 참으며 자신의 마음을 추스리려 노력하였다.
기안으로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느껴 보려 해도 느껴지는 것이 전혀 없었다.
금감禁感의 세계, 일체의 감각이 차단된 곳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차가움은 감각이 전혀 없으므로 착각처럼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러한 곳이 있다니!’
기로 움직이는 우주에서
전혀 기감氣感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니 전혀 뜻밖이었다.
우주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말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었다.
모든 것은 기로 움직이고,
기로 소통되며,
기로 운영되는 곳이 바로 선계 아니던가?
‘나의 감각은 이제 쓸모가 없어지는 것일까?’
아닐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어떠한 과정이며 나의 길일 것이다.
나의 길이 아니라면 내가 가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이 모든 것이 내가 가야 할 길이며 나의 길일 것이다.
반드시 전에 건너려 했던 그 다리만이 나의 길이 아니고
우주에 이러한 곳이 있음을 아는 것 역시
내가 가야 할 길 중의 하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