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케별의 사랑이야기

8편. 사이코패스의 아들로 태어나는 스케줄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19-11-18 10:57:17
  • 조회수49

이라이는 창조의 새로운 모델이 되라는 선인님의 말씀을 화두로 삼아 연구를 해보았지만 답을 찾기는 어려웠다. 창조는 인간 수준의 창조와 선인 수준의 창조가 있는데, 선인 수준의 창조는 영(靈)의 창조가 가능한 영역이었다. 



‘영의 창조라…. 그것을 새롭게 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는 말씀이신가?’



이라이의 수준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목표였으나 어떻게 생각하면 흥미롭고 도전해볼만한 일이었다. 


이라이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연구하였다. 인간의 어두운 면이라면 아스 인류의 어두움을 따라갈 별은 없었다. 폭력, 사기, 성폭행 등 인간이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곳이 아스였다. 


사이코패스라든가 나르시시즘적 장애라든가 하는 악한 성격을 극대화하여 행동하는 이들 또한 아스가 가장 많았다. 


이라이는 이러한 악행들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인간이 이토록 악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이었다.



‘인간의 자유의지의 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구나. 저렇게 악행을 하고 그 결과를 감당할 수는 있는 것일까?’



인간들의 악행은 내생에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었다. 아스에서는 ‘종교’라는 믿음 공동체가 내생의 인과응보를 설파하여 악행을 억제하는 사명을 행하고 있었다. 


허나 인간들의 자기합리화는 그러한 교리를 회피하여 악행을 정당화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종교의 지도자들이 가장 악한 사람인 경우도 흔했다. 이라이는 아스의 혼란을 볼수록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과연 저런 혼란 속에서 진화를 이룰 수 있을까?’



아스라이가 생기기 전에 아스 유학자의 복귀율이 0.00001%였다는 게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스에 내려갈 때는 우주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내려가기에 아스의 가치 체계에 휩쓸리기 마련이다. 아스의 가치에 휩쓸리면 악행이 악행인 줄 인식하지 못하고 죄를 짓게 된다. 그 죄의 결과로 영의 무게가 커져서 복귀하지 못하게 된다.


아스라이는 이러한 악순환을 방지하는 방법으로써 일종의 ‘파장 방송국’의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안테나를 영혼이 갖추게 하는 별이었다. 아스에 내려간 영혼들이 아스라이가 송출하는 파장을 받음으로써 아스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아스라이에 오래 머물며 수련할수록 이러한 안테나의 성능이 좋아져서 아스에 내려가서도 오류를 범할 위험이 적어진다. 


아스라이의 역할이 이러한 안테나 설치에 있음은 우주인들도 잘 모르는 사항이었다. 우주인들은 그저 아스라이에서 겪고 배우는 것이 자신들의 영혼에 새겨진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영혼에 새겨지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안테나라는 기적 도구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라이는 아스에 내려가 어떤 식으로 공부할 것인지 스케줄을 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이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이안은 아스의 각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어떤 지역에 태어나 어떤 공부를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주었다. 사이안은 아스라이에 온 우주인 중 가장 오래 그곳에 머문 우주인이었다. 거의 6만여년을 아스라이에서 머물렀으며, 그 기간 동안 아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아스라이의 자치회장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이며, 선계 출신조차도 사이안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사이안이 영력이 더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아스에 대한 연구 경력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사이안은 이라이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아스에 내려가 인간의 어두움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어두운 부모에게서 태어나 한 생을 보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어두운 부모란 영력이 극히 낮아 자녀에게 정신적 학대를 일삼는 부모이지요. 


어두운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고통 받고, 그 어두움을 이겨내고 밝음을 회복하는 스케줄이 최상의 스케줄입니다.”



이라이는 이러한 스케줄에 대해 심사숙고한 후 대답했다.



“예, 좋은 제안입니다.”



이라이는 사이안의 제안을 받아들여 어두운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통스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청년기에 부모를 떠나서 방랑하는 스케줄을 구상했다. 


문제는 이 스케줄이 너무나 성공 확률이 낮다는 것이었다. 어두운 부모의 영향력은 너무나 강하여 마음에 큰 트라우마를 남기게 되며 그것을 이겨내고 밝음을 찾을 확률은 0.0001% 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라이는 보완책을 찾아보았으나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사이안에게 물었다. 



“성공 확률을 높일 방법이 없을까요?”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20대 이후에 도와줄 사람을 만나면 됩니다.”



이라이는 20대 이후에 도와줄 사람을 만나는 스케줄을 구상하고자 했으나 그런 스케줄을 짜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도대체 누가 트라우마로 인해 고통 받는 한 영혼을 도와줄 수 있단 말인가? 아스에서는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이라이는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이 이 스케줄의 관건임을 깨달았다. 그 때부터 이라이는 1세대 참여자의 정보를 흝어보았다. 


1세대 참여자들이라고 해서 막바로 우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또한 아스에서 몇 차례 육신을 입고 태어나는 공부를 하면서 준비 과정을 거친다. 이라이가 각별하게 1세대 참여자들을 살핀 것은 그들과 인연을 맺고 싶기 때문이었다. 아스라이의 1세대 참여자는 특별한 이들이었으니까.


1세대 참여자들 또한 자신들의 스케줄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몇 차례 태어난 공부를 할 것인가, 어떤 지역에서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 어떤 공부를 할 것인가 등등에 대해 스스로 스케줄을 짜는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최종적으로는 그것을 선계에 전달하여 인가를 받아야 했으나 스케줄 짜는 과정은 각자가 하는 것이었다. 


이라이는 1세대 참가자 중 ‘사랑을 확장하는 공부’의 방편으로 이성을 끝없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이를 발견했다. 


그녀의 이름은 이오. 이오는 켄타우로스 성단의 이오라는 행성에서 온 그곳의 성주였다. 이오 행성은 6차원의 별이었으며 빛으로 가득한 별이었다. 이오는 빛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아스 프로젝트에 지원한 여성이었다. 이라이가 이오에게 청하였다.



“제가 어두움에서 밝음으로 가는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오님의 스케줄에 끝없이 사랑을 주는 스케줄이 있더군요. 제가 그 사랑을 받아 밝음으로 나아가도 되겠습니까? 저와 한 생을 보내도 되겠습니까?”



이오는 흔쾌히 허락했다. 


이라이는 이오의 사랑을 받으며 어두움을 벗는 스케줄을 짰다. 태어나는 지역은 유럽의 서부 지방. 농가의 아들로 태어난다. 아버지는 지독한 사이코패스이며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에 일찍 죽는 영혼이었다. 


어머니 역할을 맡는 이는 그 전 생애에 자기만을 위하는 생을 살았기에 그 생에 그런 폭력을 당함으로써 업을 갚는 스케줄이었다. 아버지의 영은 지상에서 끝없는 윤회를 거듭하여 이제 막 인간으로 승급한 영이었다. 인간다움을 갖추지 못하여 죄를 지고 그 죄를 사하는 과업을 해야 하는 스케줄이었다.


이라이는 스케줄의 구체적인 면면을 짜서 선계에 제출하였다. 선계는 이라이의 스케줄을 승인했다. 이라이의 첫 생이 확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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