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케별의 사랑이야기

10편. 한스의 방랑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19-11-18 11:01:45
  • 조회수36

어느날 한스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장간에서 평생 농기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났을까? 아버지에게 협박받으며 일만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 아니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이유를 찾고 싶어.’



한스는 그 이유를 찾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 못지않게 삶의 이유가 큰 고통의 근원이었다. 허나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날 한스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그는 한없이 넓은 밤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의 아픔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별 사이로 아름다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스, 한스!”


“누구에요?”


“나야, 한스.”


“누구에요?”


“나를 만나기로 했잖아?”



한스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 여성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다. 한스는 ‘이상한 꿈이 다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곧 그 꿈을 잊어버렸다. 



*



잉케에서의 일들을 잊어버린 이라이, 다시 말해 한스는 이 세상에 사는 것이 슬픈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가 되어 한스도 혼인할 나이가 되었으나 한스는 혼인할 생각이 없었다. 혼인이라는 것이 자식 낳고 살아가는 틀에 갇히는 거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스의 아버지 벤야민은 한스를 혼인시키려고 했다. 며느리가 있어야 집안일을 시킬 수 있었고 며느리에게 자신의 성욕을 풀 흑심도 있었다. 


아버지의 흑심을 눈치 챈 한스는 집을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와 혼인하는 여자는 틀림없이 지옥을 맛본다. 그렇다면 내가 출가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한스는 어느 날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좋은 연장 몇 개를 가지고 집을 나갔다. 연장을 팔아서 식량을 살 생각이었다. 이 때가 그의 나이 스무 살, 방랑의 시작이었다. 


한스는 정처없이 걸었다. 굶주린 적도 많고 아픈 적도 많았지만 그 모든 괴로움은 집에 있는 괴로움보다는 가볍게 느껴졌다. 그리고 걷기는 유일하게 괴로움을 잊는 방법이었다. 


한스는 끝없이 걸었다. 한스가 걸으면서 본 세상 사람들의 삶은 엇비슷했다. 다들 먹고 사는데, 자식을 낳아 기르는데 신경을 썼다. 그 이상의 뭔가를 추구하는 이는 없었고 추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였다. 


한스는 세상을 사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주어진 한 생을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늙어죽는 것은 매일반이다.’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게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삶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고 그걸 찾아야 할 것 같았다. 한스의 여행은 계속 되었다.


한편으로 한스의 마음에는 이렇게 떠돌다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있었다. 한스에게는 아픔의 기억 뿐 삶이 행복했던 순간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스는 그러나 뭔가를 찾아야겠다는 간절한 원력이 있었다.



‘이 세상의 창조자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한스의 원력은 강하였고 그것이 그를 살아 숨 쉬게 하였다. 


한스는 걷고 또 걸었다. 한스의 여행은 끝없이 계속되었으나 가는 곳마다 똑같은 삶의 모습을 볼 뿐이었다. 


한스는 이제 25살이 되었다. 그 동안 수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그의 답답함을 풀어줄 만한 이를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여사제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헤스티아 여신을 모시는 신전의 여사제인데 상당한 예지력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지도를 한다고 했다.


한스는 그녀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스가 살던 시절에 그리스는 여신에 대한 숭배가 남신에 대한 그것보다 오히려 강하였다. 명목상으로는 남신들이 우위에 있었으나 모성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이 강하였기에 여신들을 좋아했던 것이다. 한스가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지역은 그리스의 신전들이 모여 있는 현재의 아테네였다.


한스는 헤스티아 신전을 찾아가 경배 드리고 그곳의 여사제를 만났다. 여사제의 이름은 아마라. 아마라는 어릴 적부터 사제 교육을 받아 신을 모시는데 능통하였다. 아마라의 영적 탁월성은 예지력 뿐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데에도 발현됐다. 아마라는 한스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삶의 이유를 찾아 멀리까지 오셨군요.”



한스는 아마라의 말에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처음으로 마음을 알아준 이를 만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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