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케별의 사랑이야기

11편. 아마라와 함께 한 일생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19-11-18 11:02:05
  • 조회수37

아마라는 한스의 눈물을 보고 말했다.



“삶의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신(神)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치는 알고 있습니다. 신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치는 신의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그 세계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의 세계에 초대받기 위해서는 신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신의 마음에 드는 행동이 무엇인가요?”


“사랑입니다.”


“어떤 사랑 말인가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그런 사랑입니다. 자녀에게 줄 만한 사랑을 모든 이에게 주는 것입니다.”



한스는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이 그리 와 닿지 않았다. 한스의 부모는 사랑이 넘치는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나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은 훌륭하게 들렸다. 



“제가 그런 사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곳에 오신 인연이 있으니 이곳에서 일하십시오.”



한스는 뜻밖의 말에 놀랐으나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한스의 방황은 헤스티아 신전에서 끝이 난 것이었다. 


한스는 신전의 일꾼이 되어 여러 잡일을 하였다. 헤스티아 여신에게 바칠 제물을 준비하는 일, 식량을 모아서 식사 준비를 하는 일, 여사제들이 하는 일들을 보조하는 일(주로 시종의 역할) 등을 하였다. 


한스는 이 생활이 나쁘지 않았다. 이방인이었기에 노예 취급을 받았지만 아마라와 여사제들이 따뜻하게 대해주었기에 큰 괴로움은 없었다. 그리스 지방의 언어 사용도 점점 익숙해졌다. 


한스는 신전의 교리를 배웠다. 신전에서는 헤스티아 여신의 말씀이라며 간단한 생활지침을 주었는데 대개는 가정에서의 화목과 평안함을 얻는 방법이었다. 남편은 아내를 존중하고 유하게 대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슬기롭게 처신한다, 자녀는 부모를 공경하되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런 것들이었다. 


한스는 신전의 교리가 마음이 들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갈증은 채워지지 않았다. 무엇을 위해 이 세상에 왔는가에 대한 갈증, 그것은 헤스티아 여신의 가르침에는 답이 없었다. 한스는 그러나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였고 여사제들의 신임을 얻었다.


한스와 아마라는 가깝게 지냈다. 아마라는 한스보다 다섯 살 많았다. 한스에게 친누나처럼 사랑을 베풀었다. 한스는 아마라와 함께 있을 때면 마음의 고통이 사라지고 편안해지곤 했다. 아마라도 한스와 있는 것이 좋았다. 


한스와 아마라의 사이에는 남녀 간의 사랑이 있었으나 그것은 금기였다. 헤스티아 신전의 여사제는 남자와 통정하면 생매장을 당하는 게 당시의 율법이었다. 그러기에 한스와 아마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음에도 그것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않았다. 


한스는 아마라가 여사제를 그만두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여사제들은 보통 마흔 살이 넘으면 사제를 그만두고 평범한 여인으로 돌아갔다. 일종의 은퇴를 하는 것이었다. 은퇴하고 나면 남자와 혼인해도 되었다. 한스는 생각했다.



‘사랑의 단맛은 나를 끝없이 유혹하는 꿀과 같다. 나는 그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그 단맛이 허무할지라도.’



더 이상 생각할 수 없는 유혹, 사랑의 유혹은 강렬하였다. 특히 한스처럼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청년에게는 그러하였다. 


한스는 아마라와 얘기하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었다. 


아마라는 이상하게도 한스의 고민을 이해하는 역량이 있었다. 다른 여사제들에게는 얘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고민도 아마라는 다 이해하였다. 비록 답을 주지는 못할지라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한스에게는 큰 기쁨이었다. 


한스는 생각했다.



‘아마라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아마라도 한스를 아꼈고 한스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했다. 


한스는 그렇게 헤스티아 신전에서 10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한스는 이제 35살이 되었고 아마라는 40살이 되었다. 아마라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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