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케별의 사랑이야기

12편. 아마라와 한스의 최후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19-11-18 11:02:29
  • 조회수40

문제는 아마라의 예지력과 이해력이 너무나 좋았기에 신전에서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라의 명성은 아테네 전역은 물론 이웃의 도시 국가에까지 퍼져 있었다. 


아마라의 은퇴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아마라의 은퇴는 사실상 어려워 보였다. 아마라는 생각했다.



‘나의 삶은 한 남자의 여자가 되어 살 운명이 아닌가 보다. 한스에게는 안됐지만 계속 여사제로 살다가 죽는 것이 나의 운명인가 보다.’



한스는 아마라의 인기가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한스에게 아마라는 넘보면 안 되는 선악과와 같은 여자였다. 아마라가 한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서로 남녀로 만날 수 없는 인연입니다. 저를 잊고 다른 여자를 만나 혼인하십시오.”


“다른 여자를 만나 혼인하라고요? 그러고 싶은 여자가 없습니다.”


“우리는 이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냥 이대로 지내도 좋습니다.”



한스는 굳이 혼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였다. 아마라도 한스와 굳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한스와 아마라는 그렇게 늙어갔다.



*



한스의 삶은 평이하게 흘러갔다. 


한스는 신전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신전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스의 지식에 대한 욕구는 대단하였고 당시 아테네는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한스는 신들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배웠다. 허나 신들의 창조 신화는 웬일인지 그다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한스는 신들에게 직접 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직접 이 세상의 근본원리와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였으며, 한스가 할 일은 신들이 전해준 삶의 지침에 따라 사는 것 정도였다. 


한스의 마음속에는 늘 신들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아마라 역시 그러하였다. 한스는 아마라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유일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아마라는 한스가 50살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났다. 


한스의 삶은 그때부터 더할 나위 없이 외로움이 빠졌다. 누구 하나 자신을 알아주는 이 없이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다. 한스는 아마라가 없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이 괴로웠다. 신들에게 자신을 빨리 데려가 달라고 기도했다.


한스에게 어느날 죽을 기회가 찾아왔다. 아테네가 이웃 도시국가와 전쟁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다. 한스는 그 전쟁에 자원하여 보병으로 싸웠고 적의 창에 찔려 죽었다. 한스의 삶은 그렇게 끝났다. 



한스의 영은 한스의 몸과 분리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한스는 생각했다.



‘이제 나는 신들의 세계로 가는 것일까?’



한스의 영을 맞이하여 주는 이가 있었다. 바로 아마라였다. 아마라는 한스에게 말했다.



“한스! 우리가 한 생을 같이 한 것이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아마라, 신들의 세계에 가고자 하는 꿈을 같이 나누었어요. 그 꿈을 나눌 사람은 그대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나의 아픔을 유일하게 알아주고 치유해준 이가 그대였어요.”


“한스, 아직은 기억이 안 날 거예요. 하지만 곧 기억이 돌아올 거예요.”



아마라의 영이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한스가 닿지 않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한스는 아마라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의 영은 아마라보다 무거웠기 때문이다.



*



한스의 영은 사자들의 인도를 받아 이런저런 과정을 겪었다. 


한스의 삶은 헤스티아 여신의 가르침에 따라 나눔과 선행을 하려고 노력한 한 생이었다. 무엇보다 신의 세계에 나아가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하늘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귀한 것이었다. 


아스에서의 한 생은 우주에서의 모든 기억이 망각된 채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망각 속에서 행하는 것이 참된 행함이기 때문이다. 


진화란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이 혼동인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화가 뜻 깊은 진화이며,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돌아가는 속에서 이루어지는 진화는 진화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진화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진행이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한스의 한 생은 크나큰 진화를 이룬 생이었다. 어두움을 경험하고 겪어내고 이겨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한스의 이런 진화는 하늘의 인정을 받았고 한스의 영격을 높여주었다. 하늘은 진화를 이룬 자에게 그만큼의 보상을 주는바 그것은 영격으로 주어진다. 


영격(靈格)이란 ‘영의 격’이니 영의 맑음, 밝음, 따뜻함이다. 스스로 노력하여 일정한 맑음, 밝음, 따뜻함을 이루면 하늘이 그것의 수십 수백 배의 맑음, 밝음, 따뜻함을 주는 것이다. 


한스의 영은 그러한 하늘의 은혜를 입어 환하고 따뜻한 빛이 더해졌다. 그리고 환하고 따뜻한 빛과 함께 우주에서의 기억을 되찾았으며 에테르체인 몸을 입게 되었다. 한스는 아스에서 윤회하지 않고 우주로 돌아갈 자격을 얻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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