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 친구를 알게 된 건 아주 오래전입니다.
아스라한 기억 저편 저는 고등학생인 듯합니다.
저는 그때부터 이 친구를 동경했던 듯합니다.
이 친구를 저는 잘 알지 못했고 내 주변 가까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헌데도 이 친구는 뭔가 있을 것 같고
또 대단한 것을 숨기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저는 이제 결혼하여 아이 둘을 가진 학부형이 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사느라 이 친구를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저는 건강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이 친구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 어찌나 흥분되었는지....
내 삶의 모든 만남은
이 친구와의 완벽한 해후를 위한 들러리는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이 친구는 산 같고 땅 같습니다.
산과 같이 편안하고 든든하며 땅과 같이 은혜를 베풉니다.
거기 그렇게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며 누구든 배척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이 친구를 깊이 사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겉으로 보면 무미건조하고 심심해서 오히려 시시해 보입니다.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아 그의 진정한 힘을 알 수 없습니다.
그의 진실을 알아차리는 힘은 그를 갈구하며 겪은 고통의 무게에 있을 것입니다.
그 무게가 무거워 낮아지고 낮아져서 극한에 이를수록 이 친구의 진가는 더 빛나 보일 것입니다.
거기 그 자리에서 누구도 배척하지 않지만
진심으로 그를 알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를 알아보고 친구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빠져들었습니다.
친구는 나와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말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굳이 말로써 서로를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었습니다.
전 불편하지 않았으며 말 재간이 없는 저로서는 오히려 다행스러웠습니다.
말해야 할 시기를 놓쳐버려 번번이 침묵을 지켜야 하는 고통이 없었습니다.
이상스레 다른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느꼈던 소외감이나
스산한 외로움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 감정은 오히려 이 친구와 헤어지면 찾아 드니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이 친구는 제게 따로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매일 만날 수 있기만을 원합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봤자 새벽 만남을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당근 대 찬성입니다.
매일 새벽 눈뜨기가 좀 힘들긴 해도
저도 역시 새벽의 청량하고 정결한 기운을 좋아하거든요.
대신 친구와 만난 후 어쩌다 거울을 보면 맑은 영혼이 저를 보고 웃고 있습니다.
깊고 조용하며 총명한 눈매와
어린아이마냥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진 맑은 영혼이
나를 보고 웃는 모습을 보았을 땐 좀 놀랐습니다.
친구의 선물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일어난 보답으로는 엄청난 선물입니다.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값진 선물입니다.
오직 만족만을 갈구하는,
채워지지 않는 알 수 없는 부족함에 갈증을 느껴 방황하던 저로서는
신세계를 찾은 콜럼부스의 기쁨에 비할 바 아니었습니다.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낍니다.
저는 이 친구를 온전히 알지 못합니다.
만나온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저는 친구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평온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힘을 갖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제 생각은 옳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기대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일 때
축복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전히 친구를 만나기 위해 눈을 뜹니다.
매일 새벽에 눈을 뜬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이제 제 삶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친구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암흑 속에서 눈을 가리고 길을 찾으려 발버둥 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이 얼마나 막막하고 힘겹고 처절할까요?
이 친구를 만날 수 있었던 저의 행운에 감사를 드립니다.
제게 다가와 준 이 친구에게 더 없는 감사를 전합니다.
제 친구의 이름은
다들 아셨겠지만 명상 혹은 수련이라 불리웁니다
저도 꼭 만나보고 싶은 친구네요^^
친구와 영원히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