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기

수선재 지도자에 대한 단상

  • 작성자카르페디엠
  • 작성일2015-04-20 13:46:24
  • 조회수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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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일이다.
개울가에서 소풀을 한 짐 베어
지게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풀이라지만 지게 한 짐은 무겁다.
무거운 짐이 실린 지게질에 익숙해지면
허리가 약간 숙여지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땅을 향하게 된다.

그렇게 땅을 보며 걷고 있는데
그날따라 질경이가 눈에 띄었다.
그것도 너덜너덜해진 질경이가 눈에 띄었다.

사람이 밟고 지나다니고
수레나 경운기가 밟고 지나다녀서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경이 살아 있었다.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더구나 질경이는 생기가 있었다.
잎파리가 찢기고 구멍이 있어도
파릇파릇 생기가 있었다.

자살했다는 식물을 들어본 적이 없다.

식물은
아무리 어려운 여건일지라도 열심히 산다.
늘 자신의 몸을 추스려 하늘로 향한다.
언제나 하늘로 향한다.
하늘로 향한다.


수선재의 책을 읽다보면
천지만물에 감사해야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천지만물이 스승임을 배우게 된다.

우리에게 천지만물이란 어떤 것인가?

아침이면 어제와 같이 해가 뜨고
저녁이면 어제와 같이 어두워지고
별빛은 어제와 같이 반짝이고
날씨는 맑고 흐리고 비내리기를 반복하고
춘하추동은 어김없이 돌고 돌고
풀과 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고
딱딱한 돌은 늘 딱딱하고
심장은 이변이 없는 이상 계속 뛰는 것.
이런 것이 천지만물의 극히 일부일 것이다.

별 것이 아니다.
늘 있는 일이다.
익숙한 일이다.
평범한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것들에 기대어 산다.
천지만물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기에
마음을 놓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함에서 배울 것이 많다.
평범함에서 가장 존경해야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 그들만의 성향을 지켜가는 것이다.

변할 것은 변하고,
변하지 않을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햇님은 뜨고 지는 것을 반복하고
돌은 딱딱함을 잃지 않는다.
이 것을 지켜주기에 인간이 그나마 편안하다.
이 것마저 지켜지지 않는다면 끔찍하다.


나는 명상학교 수선재에서 명상을 배웠고
더 배워야 할 사람이다.

나의 지도자는
쉬지않고 뱅글뱅글 도는 지구이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식물이기도 하고
가루가 될 때가지 딱딱함을 지켜내는 돌이기도 하다.

그들이 있기에
내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지극히 평범한 것은
인간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향기도 없다.
드러내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한 것은
1초도 쉬지 않고
나에게
믿음을 주고
사랑을 준다.

나는 아주 부족한 수련생이다.
평범함에 깊은 감사를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이다.

지구별에 오기 전
아무 것도 없었던 때로 돌아가야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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