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기

[동안거 수련기] 흐르는대로

  • 작성자최경아
  • 작성일2015-01-25 09:57:36
  • 조회수3593
 
 
 

 

 

동안거 들어오기 일주일 전부터, 

아픈 끝으로 잠만 잤습니다. 오는 전날까지 잤기에 이번 동안거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도 없이 들어왔습니다.

흐르는 대로 갈 것이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묵언도 풀고, 모든 긴장을 내려놓은 채 정규 수련 세 번 외에는 그저 편하게 있었습니다.

묵언을 푸신 몇 분과 함께 산책도 하고 홀로 산책도 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고...

참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바람 한 점 없이 촉촉이 조용히 내리는 비님 덕에

투명 우산, 하얀 우산, 검은 우산을 쓴 세 사람이

나비원(나눔과 비움의 정원) 길을 걷습니다.

 

모두 급할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이 봄비처럼 내리는 비님의 보조에 맞추어

산허리에 걸친 하얀 구름을 벗 삼아 그 길을 조용히 걸어봅니다.

잠깐 하늘과의 만남, 그리고 삼색 우산 속의 사람들은 또 다시 그 길을 되돌아옵니다.

주변의 약간의 소란스러움도 그저 흘러 보내고

고즈넉한 산책길.

투명우산, 흰 우산, 검은 우산 속의 사람들.

그 길을 세 사람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 봅니다.

 

봄비같은 비는 하늘의 선물 같았습니다.

고요함이었고, 여유로움이었고 멋스러움이었습니다.

 

모처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면서

긴장하는 것에 익숙한 자신은 푸는 것을 잘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껏 나사를 풀어놓고 보니 마음이 그지없이 편안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느긋하게 기쁨으로 살았습니다.

 

수련에 들면서 자신이 줄기차게 물었던 것,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도저히 나지 않았고 어떤 방향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교사자격증이 있으니 그것으로 기간 제 교사라도 해보라고 하지만 왜 그리 마음이

선뜻 나서지 않는지,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이런 저런 이유가 생각나고...

그러다가 수련에 들어 백일을 열 번 보내고 나니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방향의 실마리를 주신 것 같습니다.

 

수련은 겸손이라고 했습니다.

어느 상황에도 하심(下心)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몸으로 행으로 드러날 때 그 마음이 다듬어진다는 것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수행 길에 들어서서 마음에도 없고 몸에도 배이지 않는 밥하고 청소하고 농사하고,

매일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보낸 시간들이었기에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조금은 느끼고 있습니다. 그때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공부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다시 낮출 수 있는 자리로 가라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남이 인정하고 그럴 듯한 그런 자리가 아니라 생각으로 입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일의 실마리를 주시네요.

 

이것은 다시 기회를 주신 것이겠지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일이고 하려는 마음도, 방향도 아니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하심(下心)할 수 있는 그만한 자리도 없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공부의 기회겠지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기쁜 마음으로 홀로 나비원에 갔습니다.

다시 마음을 다져보았습니다.

아직은 그 실마리의 끈이라서 마음에만 품습니다.

 

주저거리는 마음을 버리고 

처음부터 찬찬히 쌓아가는 마음으로 그렇게 가고자 합니다.

 

참으로

여유로움과 기쁨으로 함께 한 수련이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맑음으로 편안한 여유의 시간을 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는 수련부장님과 성영진 수사님, 재미난 선무를

지도 하신 스톰 수사님, 감사드려요.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방을 제공하시느라 언제나 뒤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시는

옥강 센터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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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물빛
    • 2015-01-25 09:57

    하심...


    말로는 쉬워도 행동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그래도 하심하지 않으면,


    비인비전(非人非傳)이라 하여 법이 전수가 되지 않으니


    어쨌든 하심하려 노력해야겠어요. ^^

  • 후론
    • 2015-01-25 09:57

    모든 일은 여유에서 바른 방향을 찾는 것이니

    좋은 결과가 있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