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기

날라리 수련생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03-04-30 15:41:00
  • 조회수9440

날라리 수련생

--- 13기 선화



남편이 수선재라는 곳에 입회했을 때 나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집에서 큰소리만 치던 남편이 직장인 양 착각이나 한 듯 매일같이 출퇴근 한다는데
노진장 몸종처럼 붙어있는 나로서는 얼마나 환영할 일인가!
그 곳이 뭐하는 곳인지 난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남편이 외출해서 밤늦게 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분이 되어 앞 뒤 가릴 겨를이 없었고
설마 우리 남편같이 분별력 뚜렷하고 독사 같은 사람이 허튼짓 하러 다니진 않겠지 라는 생각 때문에 믿었다.

그런데 집에서 놀며 피 같은 돈이나 쓰고 싸돌아 다니는 마누라가 꼴 보기 싫은지,
허구 헌날 수선재에 다니라고 그 사나운 도끼눈을 뜨면서 날 협박했다.

그곳은 우리 독사같은 남편도 받아주다니, 좀 이상한데 아닐까?
수련하는 곳이면 부드럽고, 순하고, 착하고, 인간성 좋은... 하여간 나 같은(?) 사람만 다니는 곳 같은데,
그렇게 독선적이고, 무섭고, 자기가 최고인양 잘난 척하고, 자기 말은 다 하나님 말씀이고
남의 말은 모두 잔소리로 여기는 그런 사람도 자격이 있는지 의아했다.

간혹 밥 먹을 때 "맛있는 음식을 사다주신 아빠께 감사드려라!"하고 기도하라고 애들한테 가르쳐 준다.
살다 살다 별 되지도 않는 기도를 다 들어본다.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다! 아! 저 불쌍한 화상...
자기가 돈 벌어서 밥 먹는거라는 되지도 않는 말에, 말솜씨 딸리고 힘없는 난 항상 진다.

'그래, 오늘도 성질 좋은 내가 참는다.'
'자기 내키는 대로 살라고 그래. 난 내 멋대로 살 거야.'
난 그 동안 친구들 만나고 친정집 다니고 수영도 배우면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수선재에 빨리 들어오라고 자꾸만 보챈다.
'아니 벌써'
5개월 밖에 안 놀았는데 싫다고 했더니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들어오란다.
(그럼 한번 슬슬 가볼까?)

남편은 내가 수영 다니는 것이 못마땅해도 그저 꾹 참는다.
그 이쁜 얼굴이 더러운 수영장 똥물 속을 헤집고 다녀서 얼굴에 뭐가 났다는 둥
몸에서 락스 냄새가 난다는 둥, 좁쌀 영감처럼 얼마나 잔소리를 해대던지.....

사실은 얼굴에 뭐가 많이 났고, 동네 수영장이라 화공약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난 전혀 아닌 척 하고, "하도 자기가 잔소리를 많이 해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래.
자꾸 큰소리 치면 난 수선재 때려친다."
"알았어, 대신 초급반 때까지만 배워라. 니가 선수할 거냐 팔자를 고칠 거냐?"

어쩜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
돈 내고 운동을 하면 집안 망하는 줄 알던 화상이...

그저 맨날 돈 안 드는 등산이나 하던 사람이
마누라 수영 배우라고 허락을 다 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수선재 때문에 나만 봉 잡았다. 일단은 OK.

흥! 어림도 없지. 수영 끝나면 다른 것 또 배울 거야. 통쾌 유쾌 상쾌....
혜성같이 나타난 수선재여! 영원히 너를 사랑할 거야. 남편만 변한다면... ㅎㅎㅎ

이젠 수영은 웬만큼 하니까, 그만두고 뭘 하지?
요사인 살사 댄스인지 재즈 댄스인지 그런 것이 유행이라던데.
그럼 나도 한 번 댄스를? 더군다나 배우면서 현장까지 가서 실습한다고 하는데.
뭘 입고 가지? 조명발 받으려면 흰 빽바지에 딱 붙는 빨간 티를.
아이쿠, 내가 이팔청춘인 줄 아나? 내 나이 마흔하고도 한 살인데...

나이가 웬수여. 그러다가 파트너를 잘못 만나면?
이 나이에 잘 생기고 멋있는 젊은 총각하고 연결시켜줄 것도 아니고,
재수 없이 머리 훌러덩 까진 아저씨하고 파트너 되면 난 죽음이다.
대머리라면 집에 있는 우리 남자 하나만으로도 징그러운데......

상상만 해도 끔찍해.
그냥 이것저것 다 관두고 조신하게 집에서 수련하고 강의 테입 듣고, 책이나 읽어야지.
혹시 알어? 우리 남편이 자기 말 잘 듣는다고 마누라 예뻐서 보너스라도 듬뿍 줄지...
(전혀 불가능한 꿈이지만......)

그래, 잘 생각했다. 그냥 집에 있어야지.
이제서야, 쬐금 수련의 맛을 알 것 같은데 이 이쁜(?) 얼굴 밖으로 돌려봤자 왕탁기만 받아오면 나만 손해야.

친구들을 만나도 맨날 그 얘기가 그 얘기, 비생산적인 얘기만 나누고.
어느 동창은 큰 아파트, 외제차, 골프 회원권, 사시사철 해외 여행,
남편 모르는 지참금에 애들은 전교 몇 등이고......

나도 공부 못했지만 걘 더 못했고 더군다나 놀던 아이였는데 그런 애가 무슨 복에......
완전 열받는 소리만 듣고 왔다. 여자 팔자 뒤웅박 신세라더니....

어느 애는 남편 잘 만나서 잘 나가고,
누구는 뼈 빠지게 집안일 해봤자 당연한 걸로 인식하고, 남편이 웬수여.

이날 이때껏 뭐 하나 해 놓은 것도 없는 주제에 그저 무슨 큰 벼슬이나 하는 것처럼
마누라한테 큰 소리나 치고... 너무 불공평하다, 너무 억울하다.

"빛나리, 내 청춘 돌려 줘."

하지만 그깟 세상 물욕 다 필요없다.
난 하늘에서 기운받는 수선재 수련생.
그런 시시한 인간과 나를 비교할 순 없다.
인간 선화! 수선재 다니더니 사람 좀 됐네. 흠...

수선재 수련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했기에
스스로 큰 위안과 포부감으로 모든 걸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난 전생에 굶어 죽은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먹을 것을 밝히는지!
무차별 먹어대니 늘어나는 것은 똥배요 갈수록 두꺼워지는 건 철판이니!
헌데 우리 신랑은 '아랫배가 나온건 똥배가 아니고 빵빵한 단전이라나...?!"

마누라 실망할까봐 위로해 주는 건지 놀리는 건지 몰라도
그래도 우리 신랑이 최고다. (내가 왜 자꾸 왔다 갔다 하지?!...)

그 동안 아랫배를 미워했는데 단전이라고 하니 그럼 아랫배를 사랑해야지.
뭐? 똥배(단전)를 우주만하게... 상상만해도 웃긴다......

하여튼 수선재 같은 좋은 곳이 이 세상에 또 있는가?
성질 고약한 사람 순한 양 만들어 놓지, 오락이니 채팅이니 그런 걸로 정신 산만한
요즘 아이들과 달리 우리 두 아들 차분히 앉아서 공부 잘하고 수련도 열심이고...

근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수선재는 뭐했나 몰라! 우리 독사 신랑 한 10년 전 쯤 안 데려가고......"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천수체를 멀리서 찾을 필요가 있을까?
조금만 자존심 죽이면 가족 모두가 천수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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