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체험기

수련호들갑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04-04-14 16:24:00
  • 조회수9498

7기 유성민



"...... 언제 발톱 떨어졌니?"
"몰라요. 보니까 떨어져 있었어요." 아이의 대답은 가볍다.

새벽수련을 시작하면서 늦게 자는 아이가 못마땅하다. 이래저래 자정이 넘도록 안자고 말을 시키는 통에 비몽사몽 정신이 없는 데다 내일 새벽수련을 놓치게되면 어쩌나 하는 의욕과 욕심 사이에서 짜증스럽다.
우당탕!
아니나 다를까 문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가락을 감싸쥐고 눈물을 뚝뚝 흘린다.
조금 아프긴 하겠지만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고... 안심을 하고 나니 순식간에 머리에 뿔 두개가 솟는다.
"으이그~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자라고 해도 그렇-게 안 자더니! 울긴 왜 우니. 아프면 약 바르고 자!"
소리를 버럭 치고는 '아이고 아까운 내일 새벽수련...' 얼른 도로 눕는다.

며칠 후, 발톱이 떨어지고 나면 어떻게 되느냐는 아이의 물음에 아차 싶었다. 불안한 아이의 눈빛에 어찌나 미안한지 뒤늦게 인자하고 친절하다. "괜찮아. 하~나도 안 아프게 저절~로 떨어져 나가고, 그 밑에 새 발톱이 다시 똑~같이 나와." 대답이기 보단 기원이다.
그날 저녁 잠자리를 봐 주면서 아이에게 그리고 덜렁거리는 발톱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며칠전 일에 코끝이 빨게져서 사과하는 엄마를 오히려 어리둥절해 하는 아이를 보면서, 정작 수련은 이 아이가 하고 내가 한건 수련 호들갑이었지 싶다.

기억이 안 난다. 결국 그 뒷날 내가 새벽수련을 놓치지 않고 했는지.
뿔 두개 단 채 눈감고 엄숙히 수련했을 내 모습을 상상해보니 웃기다 못해 차라리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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