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재 이야기

우린 불편하게 살기로 했다?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20-09-06 14:08:14
  • 조회수28






 

“에어컨이 없으니 업무능률이 오르지 않아욧!”

“덥고 습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니까!”

“한 해 한 해 나이도 들고 건강도... 내년부터 에어컨을 달면 어떨까요~~~^^a”

이번 여름은 유독 비가 넘치도록 많이 내렸다.

겹겹 마을을 둘러친 산과 산 사이에는 운무가 가득했고 강물은 흘러넘쳐 잠깐이지만 발목을 꽁꽁 묶어놓기도 했다.

가뜩이나 산과 산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에 집을 지어 아침저녁으로 내려오는 산이슬에

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게다가 비까지 중구장창 쏟아지다보니 쾌적한 날이 며칠이나 있었는지

손에 꼽을까 싶다.

급기야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으니…

“밤에 너무 더워서 잠이 안 오더라고. 집밖으로 나와 있는데 쿵쿵 소리가 계속 나는 거야.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찾아보니 글쎼 저온저장고 안에서...”

“밤새 짐승이라도 들어왔어요?”

마을 주변으로 고라니, 두더지 등을 종종 볼 수 있으니 짐승이 연상될 만도 했다.

아주 가끔 멧돼지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니, 내 참 기가 막혀서!”

“도대체 뭣이여??”

“민준이가 저온저장고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더라고!”

“헐???”

민준이는 작년에 중학생이 된 아주 인물이 출중한~^^ 마을 어린이(?)다.

(잘 생겼다는 말 듣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춘기! 음... 그런 걸 싫어할 수도 있구나. 상상불가!ㅋ)

남자아이만 둘 있는 집에 에어컨 없이 이 여름을 나기란 아이들에겐 너무 곤욕이었던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등교도 못하고 있으니 오죽 덥고 답답했을까!

운동은 하고 싶고 날은 덥고 그러니 생각해 낸 것이 마을 식품 저장고!ㅋㅋ

기발하다!

주민 숫자가 많아보니 식품을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고 보관할 장소가 필요하다.

물건이 다양한 큰 마트를 가려면 차로 20분 이상 가야 하니 한 번에 일주일치의 식자재를 구입하곤 하는데

보관이 문제여서(김치 포함) 마을에는 큰 창고 만한 저온 저장고를 만들었다.

급기야 그 사건 이후 저장고의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겼으며 낙생 팀장님의 허락 하에 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었다.

하필 매의 눈, 쏘머즈 여사에게 발각되었으니!ㅋ

어른들은 공동체를 하겠다고 들어왔기에 에어컨 없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산다고 해도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ㅠㅠ

혈기 왕성한 사춘기 때 학교도 못가고 에어컨 없이 시골마을에 죽치고 있기란 힘겨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저온 저장고였다니...

처음 들었을 땐 저온저장고가 망가질까 싶어 화가 나기도 했는데 웃기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민준아~ 다음부턴 살살 뛰고~ 들키진 말아라~~~ㅎ

올해에는 여든이 훌쩍 넘으신 어르신께 에어컨을 달아드렸다.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힘겨운 덥고 습한 날씨이기에 어르신의 건강이 걱정되어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적정선에서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다.

자원절약의 측면에서 가전제품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원칙이기도 했기에

마을 공공시설인 명상실, 체험관, 낙생, 카페, 게스트하우스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손님들이 너무 힘들어 하셔서 게스트하우스도 올 해 딱 1곳에 설치하였다.

다들 지치고 힘겨운 여름을 지내고 나서 한 마디씩 하는 걸 보면 너무 습하고 더웠던 여름 때문에

조만간 에어컨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명의 이기를 적극 활용해 편리를 추구할 것인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금이라도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는 삶을 택할 것인가?

마음속에서는 순간순간 양자 간 팽팽하게 대립한다.

손을 번쩍 들어 에어컨에 한 표라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생태적인 삶을 위한 공동체 설립 처음의 취지를 기억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음... 어떤 방법이 있을까? 내년까지 차차 고민~^^




다들 가을맞이 화단정리에 열심이시다. 덩쿨을 긁어내고 낙엽을 정리중이시다.


마을정원 나비원의 구역을 정비하고 논에 쑥쑥 삐져나온 피를 뽑고 있다.
 


어김없이 뜨거웠던 계절이 가고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더니

벌써 낙엽이 하나, 둘 뒹굴기 시작한다.

'얼씨구나! 가을~ 너, 참 반갑구나!' 싶어 빗자루를 잡고 설렁설렁 집 앞을 쓸며 담담하게 웃어 본다.




다행히 마을 논에 태풍 피해가 전혀 없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별 탈 없이 잘 익어가고 있는 중이다. 참 감사한 일이다.
 



오늘은 논길을 걸으며 뒹구는 낙엽을 즐기며 고독을 꼭꼭 씹으며

시원한 자연 바람이나 실컷! 맞아볼까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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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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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선재
    • 2020-09-09 19:05

    마음소리님 댓글
    -> 공용 시설의 에어컨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 등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년까지 차차~~~^^
    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음소리
    • 2020-09-07 16:27

    참..어려운 고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