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재 이야기

어느 가을의 낮과 밤(ft. 하늘과 바람과 별과 캠핑장)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20-10-11 21:38:02
  • 조회수20





어느 가을낮

“까잇꺼~ 갑시다!”

갑작스럽게 번개(일)탈을 하게 된 이유는

울력을 하며 올려다 본 하늘이 유달리 깨끗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이었다.

마늘밭을 만들기 위해 소똥과 닭똥을 수십 자루 푸고 난 후였지만 점심식사 때 불쑥 튀어나온 제안은

몸에 묻은 0냄새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식사 직후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일사천리 진행되었다.ㅎㅎ;

​  

식사 자리에서 즉각 결정된 일이었기에 저녁 낙생도, 명상도 제끼며

짙푸른 청명한 가을 하늘을 빙자한 일탈의 달콤함 속으로 첨벙~ 뛰어들었으니...

‘어디냐고 묻지도 마라~ 언제 도착하냐고 묻지도 마라~

이런 날이 아니라면 언제 떠나리~~~’

행선지를 아는 사람은 운전수(원장님) 한 사람이었건만 당연하게도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는

즉석 '묻지마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예고, 계획, 준비~ 이런 것이 없다는 것! 떠난다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설레였다!

가을이었으니깐~^^

혹여나 달리던 차 타이어에 펑크라도 날까^^ 숨죽여 조용히 두 시간여 달려 도착한 곳은

정원이 아름다운 곳, 툭 트인 하늘에 가슴 시원해지는 곳, 남원의 아담원이었다.

아담이 사는 동네라!

아니다. 나와 대화하는 곳, 아담원(我談苑)이다.^^

땅을 딛고 있는 나무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소파만한 크기의 돌들,

뽀송뽀송하고 폭신폭신한 융단과 같이 넓게 굽이굽이 펼쳐진 잔디,

그림 같이 잔잔하고 신비로운 호수, 폭포의 물소리와 억새풀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말이 필요 없었다!

낯선 공간에 들어서며 한껏 들이키는 새로운 숨은 시원하고 달콤하고 신선도 100% 순수자연 그대로였다.ㅎㅎ

그런데 오늘은 무엇보다도 하늘이 다했다! 예술의 극치!(내돈내간, 아담원 홍보 아님.)


나무 아래에서 고독도 음미하고 억새풀 사이에서 가을여자가 되어 인생샷도 찍어본다. 가을이니깐~ 


"하늘이 선물을 주시나봐요~" 여기저기 연신 감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돌 위에서 점프도 해본다. 가을이니깐~


가을 만끽! 낭만 물씬~ 분위기 한껏! 가을이니깐~^^ 

#어느 가을밤

갑작스럽게 마을 캠핑장을 정돈하기 시작한 이유는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캠핑장 운영하나요?”

“잠시 휴업중인데요.”

“지난번 캠핑장에 들렀었는데 참 좋았었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어릴 적 물고기 잡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해서요.”

“정 그러시면 아직 정비가 덜 되긴 했지만 시범삼아 오시는 것으로~~~”

돈 버는 일과 악착같이 이익을 챙기는 일에 서툰 이들에겐 캠핑장이 있어도 무용지물~ㅠ

당장 큰 수익이 발생하는 건 아니라 주민들이 교대로 운영했지만

이런저런 개인사들로 유지가 어려워서 임시 휴업중이었는데 전화 주신 캠핑객이 되려 캠핑장 카페를 통해

직접 홍보해 주신단다. 여기 너무 깔끔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고^^

그래서 얼떨결에 세 팀의 손님을 받게 되어 잡초를 정리해가며 부랴부랴 캠핑객 맞이를 시작했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캠핑객들은 요즘 시대에 두 달 전부터 캠핑장 예약을 해야 한다며

여긴 깨끗하고 조용해서 정말 인기 좋을 것 같다며 술 먹고 소란피우는 사람들 없어

조용하고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최적이란다.

작고 조용한 캠핑장이란 타이틀로 홍보를 하면 딱!이라면서 오히려 홍보를 자청해 주신다. 우리만 몰랐던~ㅋㅋ



한적하고 바람소리 쾌적한 마을캠핑장 모습이다. 정비를 해놓으니 다른 캠핑장 같았다.ㅋㅋ

​  

저녁 모닥불 타임에는 캠핑객들이 건넨 군침도는 닭갈비 쌈도 함께 먹으며 담소가 이어졌고

고구마와 장작도 서비스로 제공해 드렸다.

장작이 타 들어가는 화로 옆에 앉아 불멍(불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을 때리며 하나 둘 모습을 나타내는

밤하늘 별들을 보고 있자니 세상 모든 시름이 장작의 연기처럼 어딘가로 사라진다.

여기에서는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굳이 알아두지 않아도 좋다.

그저 불빛에 비치는 저 사람의 얼마나 눈이 선한지,

밝은 목소리는 어떤 기쁨을 말하고 있는지,

건네는 따뜻한 한 잔의 커피가 얼마나 마음을 녹여주는지,

그 순간만큼은 작은 손바닥을 쪼이는 불빛 외에 필요한 것이 없었다...

우리의 인생에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순간을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아무말 없어도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별 총총 밤하늘 아래에서, 옷깃 세우는 가을바람 속에서, 불타는 고구마 냄새 속에서

잠깐의 휴식이 가져다주는 무장해제로 오는 행복감은 나를 겹겹이 둘러싸고 있던 치장들을 벗어 던지고

사람 대 사람으로 우리는 만나고 존재하게 하였다.

여기야말로 바로 아담장?(나와 대화하는 캠핑장)이군!^^

방년 스물 하나 즈음~ 강원도의 한 마을에서

얼굴 바로 위까지 쏟아지는 별무리와 빗발치듯 지구별 어딘가로 내려오는 유성을 보며

맑고 시린 초겨울 밤하늘의 장관에 입이 쩍 벌어졌었다.

유성을 보며 소원을 빌라기에 눈을 감고 열심히 중얼거렸던 것 같은데

밤하늘 별들을 항상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소원이었다면 매일 밤마다 별들이 인사하는 곳이니

여기에 사는 것만으로 이미 이루어진 셈인데...

뭐... 그런 소원은 아니었을 것 같긴 하지만~ㅎㅎ

그러고 보니 우리는 맘만 먹으면 매일 매일이 캠핑 아닌가요? 헐~ 우리 진짜 부자네욧!

“까잇꺼~ 합시다!(매일매일 캠핑~)”

음... 당장 어느 구석에 쳐박혀있는 텐트를 찾아봐야겠당~ㅎㅎ                                      -기대리선애빌에서 https://cafe.naver.com/seonville/2292   

댓글 2

  • 아이디
  • 비밀번호
  • 수선재
    • 2020-10-16 21:59

    마음소리님~
    당장 오시면 되는데요~^^

  • 마음소리
    • 2020-10-16 09:35

    가을을 제대로 즐기셨군요 :)
    캠핑감성이 물씬~~ 모닥불쬐며 밤하늘 바라보고 싶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