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재 이야기

우리에겐 계단이 필요해~

  • 작성자수선재
  • 작성일2020-12-13 21:39:10
  • 조회수171

지난주부터 쏘머즈 여사의 장기 출타가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의 마을 주민 분들과 함께 그녀는 집중명상에 참가중이신데

어딘지 모르게 마을에 송송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는 이상한 예감이...^^a

마을 인원이 급격히 줄어든 관계로 하루에 한 사람이 식사준비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그 날은 나의 차례였다.

대부분 아침에 주방에 들어가면 그릇 정리며 음식물 처리, 바닥 청소까지 마무리가 잘 되어있는데

오늘은 설거지도 안한 채 그대로 있었고 냉장고에 들어가 있어야 할 몇몇 식자재도

주방바깥에 그대로 있었다.

어질러져 있는 주방을 보곤 머리에서 ‘약’ 정도의 스팀이 살짝 올라오고 있었다.

쏘머즈 여사에게 수년간 강하게(?) 훈련받은 우리에겐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깟!

(쏘머즈 여사의 빈자리 떄문인걸까? 흠흠...)

'어제 당번 누규... 아! 잊어버린 거 찾아달라고 수시로 톡 올라오더니

설마 설마, 설거지도 잊어버리신...? 그래도 이건 좀...’

그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에 설거지가 눈앞에 발각된 시각부터 셜록 홈즈의 번뜩이고 예리한 추리력으로

의혹의 시계추는 왔다갔다 좌우로 이해와 오해사이를 종횡무진 오가고 있었다.

‘요즘 연말이라 바쁘다고 하셨는데 몹시 바쁘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거지가 그대로!’

‘급한 전화를 받고 나가셨나? 별 일은 없어 보이던데~ 거참 희한하군! 그래도 신발은 가지런한 것이...음...’

이틀에 해당하는 만 48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당번이 아닌 다른 분이셨는데 급히 손님 대접해야 할 일이 생겨서 계란 토스트와 차를 준비하고는

설거지를 못하고 그냥 가셨다고 하신다.

‘우잉~ 당사자한테 대놓고 말했으면 서로 얼굴 묽힐 뻔~~~?’

말을 아끼길 잘했다 싶었다. 고럼, 고럼!

이번 달까지 한시적으로 별빛펜션 관리를 맡기로 했기 때문에 보일러 온도가 올라가 있다고 톡이 온 것이었다.

그럴리가 있겠는가? 분명 동파가 염려되어 외출로 해놓았는데 거 좀 이상한데?

하지만~ 저 높고 먼 곳에 기억력을 내려놓고 온 나^^;;로서는

의심의 화살을 나에게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나의 기억을 믿어보기로 하고 사실파악에 들어갔다.

평상시 행동패턴이라면 이상하다 싶으면서 따지진 않고 그러려니~ 묵인하다가

내 잘못이 어디까지인가를 되짚으며 묘하게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흘러가며

이러쿵 저러쿵 잡생각이 나기 마련일터인데.

이상한 점이 분명 기계라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데... 외출로 해 놓았던 기억도 선명했으니.

전화로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당시 온도가 실내였는지, 온수였는지, 온돌이었는지?

실내라면 그렇게 높이 설정할 사람이 없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본즉슨 올커니! 그저께 까지만 해도 외출로 표시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고 하니

아마도 어젯밤 지인의 캠핑장 방문으로 펜션을 사용하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캠핑장은 오프였지만 지인의 방문으로 딱 하루 허용한 상태였기에^^;;)

욕실을 확인해 보니 사용한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기에 곧바로 펜션 문단속을 단단히 했다.

캠핑장이 동파되어 버렸으니 펜션에서 잠깐 씻으려고 온수 온도를 높인다는 것을

그만 보일러 끄는 것을 잊어버리신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도 추측이지만 전화로 여쭙기에는 추궁이 될 수도 있어서...

다음에 오시면 얼굴 뵙고 슬며시 여쭤봐야겠다.^^

상황을 파악하고 직접 확인하고 나니 찜찜하던 기분이 풀렸다.

기억력에 관한한 나를 믿지 못하던 마음과 연료가 낭비되었으니 손해를 입혔다는 마음으로

찜찜함이 꽤나 오래갈 수도 있었을 텐데.^^

 

비닐하우스를 정비했다. 겨우내 먹을 쌈채소와 내년 봄부터 정원에 심을 모종을 키울 예정~

따뜻한 난로가 보기만 해도 훈훈하다.(현재 연탄 없음^^)

 

쌈채소를 키울 퇴비를 모으고 있다. 마을 곳곳에 낙엽과 흙을 모아 비닐하우스로 날랐다.

마을의 공용구역은 넓고 역할이 애매한 것들이 서로 얽혀 있다 보니 종종 웃지못할 해프닝이 생긴다.

그때 ‘무엇은 말해야 하고 무엇은 말하지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소통을 해보겠다고 있는 말 없는 말을 다 하다가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추궁이나 지적이 될 수도 있고, 말을 참고 있다가는 오해로 굳어질 수도 있다.

물론 매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친한 사이라면 그런 것이 문제 되진 않겠지만

모든 마을사람과 그렇게 살기에는 좀 바쁘다보니...ㅠㅠ

그래서 이때 나는 대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잘 안되면 준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마음을 열고 사랑한다는, 모든 걸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추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다가가서 이해하려는 행동, 노력 말이다.(준비시간도 노력이당~헤헷)

해결되지 않은 묵인은 잠재되어 있기에 쌓이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 있기에.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열어야 하고 열려있기에 다가가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 대한 편견을 지워야 가능한 일이다.

그 문제만 놓고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해결부터 새로운 관계로 접어들 수 있기에.

(실은 나도 잘 안되는 부분임--;;)

편견은 내가 바라보는 입장에서의 한 방면에서의 판단일 뿐이며

(그렇다면 내가 바라보고 있는 각도는 과연 정확한가가 또한 의문 아닌가!)

그 판단으로 다음에 발생할 일까지 예측하다가는 풀릴 가능성이 있던 실타래조차

영영 꼬여버리다가 끊어지고 말테니까.

이는 상대방에 대한 것뿐만이 아니고 나를 대하는 태도에도 해당된다.

일례로^^ 기억력이 회복될 순 없겠지만 나를 믿어주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는

어쩌면 놓고 온 기억력을 조금은 선명하게 리셋 할 수 있을지 누가 아는가?ㅎㅎ

 

마을 잔디밭과 나비원 정원 사이에 공간을 이어주는 계단을 만들었다. 큰 돌도 구입하고 포크레인도 대동해서 만들었다. 그럴싸하다^^

비닐하우스로 가는 계단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는데 폐타이어를 이용하여 썩 잘 만들어졌다.

계단은 장소와 장소를 연결해주는 디딤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신뢰를 바탕으로 오고가는 대화가 서로를 이어주는 계단인 것 같다.^^

처음 공동체 마을을 만들 때 마을집 보일러를 모두 화목보일러로 시공하였다.

화목보일러로 한 이유는 당시 앞으로 닥칠 오일피크를 염려하여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지 말고 나무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아서였는데

화목 연기가 마을 곳곳에 배기 시작했고 화목 연기가 매연 못지않은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겨울 내내 화목을 자르고 나르는 울력으로 겨울과 봄을 보내야 한다는 이유로 가스 보일러로 바꾸기 시작했다.

편리해서 좋긴 한데 겨울이면 따뜻한 보일러에 웅크리던 고양이들의 집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마을냥 먹이를 매일 주던 나로써는 냥이의 겨울나기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영하로 떨어지면 가뜩이나 추위를 타는 냥이들이 혹 동사라도... 그건 안 될 말!!!

그래서 스티로폼과 박스로 고양이 집을 만들어 줬지만 두려움이 많은 고양이는

그 안으로 좀처럼 들어가지 않는 거였다.

고양이에게 집을 줘도 익숙하지 않다면 들어가지 않는다.

익숙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동안 신뢰를 바탕으로 한 노력도 필요하다.

신뢰가 없는 노력이란 거부감을 증폭시키는 헛된 동작일 뿐~^^

그래서 익숙해지기 위한 노력에 돌입!

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면서 그 집(박스) 안에 사료를 놓았다.

그리고 친분을 이용하여 토닥이면서 슬슬 밀어 넣으니 배고픈 냥이가 박스 안으로 들어가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곧 냥이 설득에 착수!

‘여기가 바람이 안 불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집이니까 꼭 이 안에서 자라~’

다음날 냥이가 새 집에 들어가 있었다능~ 휴~ 다행^^

 

첫눈이 살짝 내렸다. 예쁜 단풍나무도 첫눈을 맞이하였다.

피에쑤.

좋은 일(지갑 오픈~)을 하자마자 헐? 반신욕조 생겼다!

날씨가 추워지면 하체에 스며드는 냉기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어케 아시공!ㅎㅎ

마음(지갑)을 여니 원하는 것이 턱~허니 생긴다! 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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