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

살래마을학교 인선이

살래마을학교 인선이

저자
문선미

초긍정 소녀 인선이의 생태마을살이, 마을학교살이 이야기. 살래마을은 30여 가구가 모여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고 더불어 대가족으로 사는 곳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공동체 마을을 모델로 하였다고 한다. 인선이는 끊임없이 조잘댄다. "살래마을학교는 내게 선물과도 같은 존재야!”

책소개

초긍정 소녀 인선이는 살래마을에 산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대한민국을 떠들썩 뒤흔들고 있는 지금, 살래마을은 실제의 공동체 마을이다. 30여 가구가 모여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고 더불어 대가족으로 사는 곳이다. 인선이는 열두 살 먹은 고아지만, 마을 안에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이 수두룩하다.

살래마을학교는 마을 안에 있는 대안학교이다. 사랑님은 마을학교의 ‘안내자(살래마을학교에서는 선생님을 안내자라 부르고, 이름이 아닌 별칭을 부른다.)’이면서 인선이의 새로운 엄마이다.

인선이의 겉모습은 영락없이 삐삐를 닮았지만, 자기의 이름 ‘신인선’이 신사임당의 본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는 신사임당이 되고픈 꿈을 갖게 된다.

그런 인선이가 살래마을학교를 다니면서 천방지축 겪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가족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고,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생을 마치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인선이는 끊임없이 조잘댄다.

"살래마을학교는 내게 선물과도 같은 존재야!”

저자소개

문선미

이야기를 좋아하는 명상가. 명상을 하면서 경험한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대한민국 유명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몸담았으나 근원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더 강해 이를 찾는 길을 선택하며 살았다. 지금은 보은, 고흥, 영암 등 명상생태마을과 도시를 오가며 글 쓰고 강의하며 배움의 길을 가고 있다. 한때 대안학교에서 인생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과 함께 상상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엮어냈다.
저자의 작품으로 『페스탈로치 가족의 초대』, 『살래마을학교 인선이』, 『하늘이의 랩』이 있다.

목차

1. 신사임당이 되고 싶은 삐삐
2. 인사는 너무 힘들어
3. 못나도 내가 제일 소중해
4. 모자이크 자리 찾기 놀이
5. 걸어라, 멈추지 않을 것처럼
6. 감사는 돈공도 춤추게 한다
7. 폐 끼치지 않고 돌아가기
8. 손님을 사랑한 아이들
9. 최고다, 신인선!

책 속으로

인선이는 사랑 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살래마을은 꼭 가족들끼리만 한 집에서 살지 않는다. 어른들이지만 마음이 맞는 친구와 같이 살기도 하고, 몸이 아프면 돌보아 주는 사람과 같이 살기도 하고, 또 살래마을학교 아이들 중 먼 곳에서 유학 온 아이들을 데리고 살며 돌보기도 한다.

사랑 님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과 함께 살기를 원해서 아이들 셋과 함께 살았다. 알고 보니 그로 인해서 사랑 님의 진짜 아들인 민수가 엄마와 함께 살지 못하는 불행을 겪고 있었다. 사랑 님의 집은 여자아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민수가 처음 인선이를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있다.

“너, 우리 엄마 힘들게 하면 죽을 줄 알아.”

갑작스런 민수의 말에 인선이는 두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고 대답했다.

“너, 엄마를 우리한테 뺏겼다고 생각하는구나.”

*

살래마을학교의 수업은 다른 일반 학교와는 좀 달랐다. 학교 인원이 적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의 각 개성을 살리기 위해 선택제 수업이 많았다. 소위 주요과목이라고 불리는 국어, 영어, 수학조차 학년별이 아닌 수준별로 진행되었다.

그러니까 수학은 잘하지만 영어는 영 젬병인 경우, 수학은 고학년 수준의 수업을 받고 영어는 저학년 수업을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수업을 들어간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살래마을학교 아이들은 내가 잘 하는 것을 저 아이는 못할 수도, 또 저 아이가 잘하는 것을 나는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까.

반면 수공예, 목공, 체육, 미술, 음악 시간 같은 과목은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통합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모든 과목에 몽땅 다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하고 싶은 몇 개 과목만 선택하면 되었다. 하긴 미술시간이 죽기보다 싫은 아이에게 무조건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은 어떤 형벌보다도 더 가혹하지 않겠는가.

*

인선이가 살래마을에 오고 나서 처음 있는 도축이었다. 이전의 인선이는 고기 먹는 것을 좋아했지만 친구처럼 지내던 돈공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달라졌다. 이전 텔레비전으로 본 기억들도 새록새록 났다. 아무리 전염병 때문이라지만 멀쩡한 동물들을 산 채로 땅속에 무더기로 묻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었다.

인간과 동물은 지구라는 별에서 똑같은 생명을 받고 태어났지만 사이좋게 지내기만은 어려운 것 같았다. 어쩌면 역사 시간에 배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차이와 같은 관계일지 모른다. 인간끼리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동물들이야……. 동물들이 너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살래마을처럼 삶의 질이 보장되는 동물들은 그나마 선택받은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돈공은 차에 실려 도축장으로 떠났다. 인선이는 일찍부터 동물농장으로 나와 돈공과 인사를 나누고 배웅했다.

‘돈공, 그동안 함께해 줘서 고마워.’

돈공이 대답하는 것 같았다.

‘인선아, 잘 있어. 나도 그동안 고마웠어.’

인선이는 돈공의 대답에 깜짝 놀라 다시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네가 없어서 많이 슬플 거야.’

‘슬퍼하지 마. 나를 맛있게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 그럼 나도 너와 함께 행복할 거니까.’

돈공이 슬픈 미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정말 고마워. 너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존재야. 나는 아직 너처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나를 내놓지 못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