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

애니의 좌충우돌 백수 탈출기

애니의 좌충우돌 백수 탈출기

저자
김예진

88만 원 세대, 비주류, 방황하는 '낀'세대 백수지만 마음만은 풍족하게 사는 비결을 터득한 애니의 유쾌 발랄 백수 탈출기. 박지원, 정약용, 허준, 허균, 황진이, 김홍도의 공통점은? 비주류 혹은 백수 시절에 역작을 남겼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재미난 인생을 만드는 비결을 보여준다

책소개

나는야 88만 원 세대, 비주류, 방황하는 '낀'세대.
돈? 없고, 직장? 없고 그러니 애인? 당연히 없다.
그래도 나 애니는 괜찮다. 왜?

박지원, 정약용, 허준, 허균, 황진이, 김홍도.
이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는가?
비주류 혹은 백수 시절에 역작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암 박지원은 공식사절단 일원으로 중국에 참여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발한 여행기이자 개혁서인 『열하일기』를 남겼고,
정약용의 500여 권의 저술은 말년에 일 안 할 때였고,
허준의 동의보감도 귀양살이 시절에 탄생했다.
황진이, 비주류 신분이면서도 역사에 이름을 떡하니 걸쳤다.
김홍도, 그는 양반이 아닌 백성을 위한 예술을 그렸다.

이분들의 기개를 이어받아 가진 것 없어도 마음만은 풍족하게 사는 비결을 조금 맛본 애니.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당당하게 재미난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은 『애니의 좌충우돌 백수 탈출기』를 소개한다.

전국에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위안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 편의 수필과 단편소설들을 묶었다.
유쾌 발랄한 글 속으로 빠져들 기회를 가져볼 수 있으리라.

저자소개

김예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졸
前 문화관광부 국제협력 담당 공무원
現 2010년, 함께 명상하던 ‘노마드족’들과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자연과 사람과 하늘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새벽에는 명상을, 오전에는 밭일을, 오후에는 글쓰기를, 주말에는 친구들과 각종 기술을 연마하며 허생전의 ‘무인공도’를 만들어가고 있음. 최근에는 지은이가 살고 있는 공동체 마을(선애빌)이 국제생태공동체 연합(Global Eco-village Network, Asia) 가입 후 한국대표가 되어 세계 여러 나라의 생태공동체와의 연대를 넓혀나가고 있다. 곧 국제적인 자유인 빈손 모임을 한국에서 가지고자 한다. 얼마 전 문단에도 등단하여 공동체 마을에서의 경험과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일도 하고 있다. 쓴 책으로는『작은 신들의 인공별 보고서』, 『내 가슴에 귀를 기울여』, 『연화』, 『김제동의 첫사랑, 後』, 『정조, 월야문답』 등이 있다. 이번 책은 저자의 4번째 싱글 앨범이다.
페이스북: facebook.com/vadah.kim
블로그: http://blog.naver.com/vadah04

목차

책머리에
1. 땅땅땅! 백수 선포식을 하다
2. 애니의 좌충우돌 백수 탈출기
3. 외로움이 도타워지면 더 이상 외로움이 아니다
4. 이 세상의 모든 왕따에게 바칩니다
5. 사랑에 대한 단상
6. 新虞常傳(신우상전)
저자 후기

책 속으로

날은 쨍쨍하고 시간도 많다. 하지만 할 일은 없다. 백방으로 일을 찾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다 ‘아니요’. 왜냐고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은 한 가지.

‘아가씨는 학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아니 공무원 했으면서 학원에는 왜 오려고 하나요?’

‘부모님이 돈 벌어 오라고 하지 않으실 텐데? 그냥 편하게 과외나 하세요.’

어떤 이는 일장 연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누릴 것 잘 누리고 살아온 사람이 왜 갑자기 직장은 그만둔 거예요? 직장 상사하고 싸워서 홧김에 그만둔 것 아니오? 여기는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아가씨처럼 보호받으면서 살아온 사람이 여기서 잘할 수 있겠어요? 여기 있는 선생님들은 다 외국 유명대학에서 박사까지 하고 온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보니까 아가씨는 그냥 원래 있던 데로 가는 게 낫겠네요.’

*

“충분히 외롭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둥이 설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춧돌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주춧돌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기대야 돼요. 계속 기댑니다. 자기가 기댈 곳을 계속 찾습니다. 충분히 외로워서 그 외로움이 굳어져서 자신을 굳건히 받쳐주는 그런 상태가 돼야만 바로 섭니다.”

“우리는 외로움을 즐겨야 합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혼자 있는 시간에 뭐 하겠습니까?
자문자답하면서 사색하고,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얼마나 좋은 시간입니까?”

*

‘학원을 그만둬버릴까? 안 돼. 그럴 수는 없어. 여기서 그만두면 또 전의 그 일을 되풀이할 게 뻔한데 이겨내야지.’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나는 학생들의 그런 반응은 무시하고 일방적인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또 다른 방법은 어떻게든 학생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내어 눈높이를 맞춰주는 것이었다. 첫 번째 방법은 남은 몇 주만 참으면 되니까 비교적 쉬운 것인데다 실패할 확률이 낮았고, 두 번째 방법은 성공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실패하면 지금 상태보다 더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했다. 평소 같았으면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하고 ‘그냥 잠이나 자자’ 했을 나인데 그날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번 적극적으로 부딪쳐보고 싶었다. 안 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러는지가 차츰차츰 보이기 시작했다.

‘아, 영어라는 게 무서우니까 대답을 못하는구나. 그러면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들을 그룹 지어야겠다.’

아줌마 반에서는 누군가가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 중간에 얘기를 진심으로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벽반에서는 담배 피고 술 마시고 안 씻고 오는 아저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

여자들은 속성은 누군가에게 자꾸 의지하려는 특성이 있어 어딜 가든 일단 자기편을 만들어놓고 보는 심사가 자리 잡고 있다. 순간 자기에게 다가오고 잘해주면 순진한 처자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알고 다가온 그 처자에 동화되어 함께 놀지마는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면 그 계략에 자기가 빠져들어 이제 나갈 수도 있을 수도 없는 괴로운 상태가 지속된다. 서로 욕하고 헐뜯고 질투하고 지내면서도 이런저런 모임을 만들어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일단 외롭기 때문이고, 두 번째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처자들은 일찍부터 그것을 거부하여 혼자 남게 되지마는 이것은 여자들의 세상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기에 그 처자들은 다른 무리의 우두머리 격, 혹은 맏언니 격인 여성에 의해 왕따를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