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학교 선생님인 저자가 선계에 있는 황진이와 파장으로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황진이 선인의 출생연도와 본래 이름 등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기생이 된 동기, 가장 사랑한 남자 등 사랑관과 인생관이 폭넓고 깊이 있는 문답으로 이어진다. 특히 지족 선사, 서경덕 선인과의 관계를 밝힌 대목이 흥미롭다.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의 가장 특이한 점은 작가의 상상력만을 가지고 황진이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작가가 명상을 통해 직접 황진이라는 인물과 영적으로 만남으로써 “황진이의 진면목”을 황진이 특유의 언어로 들려준다는 점이다.
■ 황진이에 관해 처음으로 밝혀지는 7가지 진실
1. 어머니는 정말 맹인 악사였나?
어머님께서 악기를 잘 다루시기는 하였으나 맹인은 아니셨고 아주 조용하신 분이었습니다. 맹인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어머니께서 주로 후원에서 생활하셨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거문고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어머님을 뵌 적이 별로 없다는 것에 기인한 것 아닌가 합니다.
2. 남자들에게 인기 있었던 비결은?
= 그런데 뭇 남정네들이 왜 황 선인을 그리 좋아하였는지요?
- 제가 좋아하기도 한 것이지요.
= 황 선인께서 남정네들에게 정을 주기도 했던 것인지요?
-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왜 저를 좋아했겠습니까?
= 그랬었군요. 저는 황 선인은 정을 주지 않는 여자인 줄 알았습니다.
3. 몸에서 나는 향내의 비밀은?
호흡을 열심히 하다보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있고 이 물질은 인간을 가장 향기로운 상태로 인도하지요. 호흡을 열심히 할 경우에 무심 상태에서 분비되는 것으로써 인간의 모든 병까지도 나을 수 있게 하는 물질입니다.
4.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방중술을 썼나?
저의 경우 방중술을 익히지 않더라도 많은 남성들과 정신적 교류가 가능하였으므로 그것이 더욱 그들과의 관계를 밀접히 하였던 것이지 방중술로 가까워졌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요.
5. 가장 사랑했던 남자는 누구였나?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은 지족이었던 것 같아요. 스님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으로 저를 좋아했던 분이죠. 저도 사실은 좋아했지만 스님의 신분을 가지신 그분을 계속 사랑한다는 것은 파계의 길로 가시게 하는 것이므로 많이 참았죠.
6. 지족선사는 정말 파계했나?
속에서는 파계라 하나 저는 파계라 생각지 않습니다. 파계라면 그것은 불교에서 주장하는 말일 것이나 지족 선사는 기존의 인간들이 행했던 음탕한 생각으로 저와 함께 하셨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숭고한 사랑으로 저와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7. 시신을 길가에 버리라고 한 이유는?
시신을 길가에 버리라고 한 이유는 향천(向天) 전에 생각해 보니 저의 생각으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고는 하나 커가는 아이들의 가치관을 생각해 볼 때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점에서 저에게서 그러한 과정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화영 (1951-2012)
명상학교 수선재의 선생님이자 선계수련의 안내자로 살다 간 분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민윤리학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였으며 한국여성개발원 창립멤버로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연구 활동을 하였다. 39살이 되던 해 사회 활동을 접고 수련의 길에 들었으며 삶과 죽음의 관문을 넘는 극한의 수련 끝에 깨달음을 이루었다. 1998년부터 약 15년 동안 수선재에서 제자들을 길렀으며 그 과정에서 선仙(우주, 지구, 인간)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선서仙書를 남겼다.
저서로는 『선계에 가고 싶다』, 『본성과의 대화』,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 『소설 仙』, 『천서 0.0001』 등이 있다.
프롤로그
모노드라마 선악과는 무엇일까?
황진이와의 대화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제1장 황진이, 삶을 말하다
부친은 선비, 황이黃伊
명월, 왜 스스로 기생이 되었나?
자녀와 방중술房中術
사람들이 그를 일러 선녀라 하였다
선인의 향천向天 이유
제2장 황진이, 남자를 말하다
가장 사랑한 사람은 지족선사
그녀의 선악과, 화담 서경덕 선생
벽계수,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문사文士 소세양
이사종, 일부종사를 경험하고
이생, 함께 여행할 만한 사람
하늘과 가까운 사람들, 남사당패
제3장 황진이, 사랑을 말하다
남자들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에 대하여
기생으로서 받은 탁기는 어떻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
제4장 황진이, 공부를 말하다
선인 출신임을 언제 알았나?
하늘의 소리, 거문고
기생으로 공부하는 프로그램
미련이 있다면……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
선악과 공부
제5장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현재 선계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천강 선인
수선재樹仙齋, 우주의 이름
선악과 그리고 생명나무의 비밀
후인들에게 당부
에필로그 : 인간의 창조와 타락에 대하여
선인仙人 황진이
= 어머니는 누구였는지요?
“모친께서는 김씨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집안이 어려워 황씨 댁에 소실로 들어온 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드러내 놓고 정을 표현하는 분이 아니므로 당시의 소실들처럼 집안일도 하면서 저를 보는 낙으로 살아가셨던 분입니다. 어머님께서 악기를 잘 다루시기는 하였으나 맹인은 아니셨고 아주 조용하신 분이었습니다. 맹인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어머니께서 주로 후원에서 생활하셨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거문고 소리를 듣기는 하였으나 어머님을 뵌 적이 별로 없다는 것에 기인한 것 아닌가 합니다.“ p79
= 황 선인이 기생이 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총각은 누구였는지요? 꽃신을 만드는 사람이었다는 말도 있는데요?
"꽃신을 만드는 사람인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를 짝사랑하다가 죽은 사람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고, 상여가 멈춘 것이 아니라 죽으면서 저의 집 앞에 상여를 놓고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미 이 일로 인하여 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았고 이 일이 저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음을 알았지요. 단순한 일회성 사건이 아니고 상당히 깊은 하늘의 뜻을 담은 일이었으며, 이 일로 인하여 하늘이 저에게 던진 메시지를 알아듣지 못하였더라면 그 후에 기생으로 일평생을 사는 것보다 더욱 많은 고민과 번뇌 속에 일평생을 살았을 것입니다." p86
= 방에서 향내가 났었다는데 무슨 냄새였나요?
- 향내는 선인으로서 수련을 하다 보면 나는 향내였지요. 선향(仙香)이었습니다.
호흡을 열심히 하다보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있고 이 물질은 인간을 가장 향기로운 상태로 인도하지요. 호흡을 열심히 할 경우에 무심 상태에서 분비되는 것으로써 인간의 모든 병까지도 나을 수 있게 하는 물질입니다." p92
= 지족 선사는 어떤 분이셨나요?
- "스님이셨으나 참으로 저를 아껴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에서는 파계라 하나 저는 파계라 생각지 않습니다. 파계라면 그것은 불교에서 주장하는 말일 것이나 지족 선사는 기존의 인간들이 행했던 음탕한 생각으로 저와 함께 하셨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숭고한 사랑으로 저와 함께 하셨던 것입니다."
= 남자들을 대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요? 남자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요?
- 남자들이란 곧 양(陽)으로서 여성의 음(陰)에 대합니다. 남자는 여성과 대비하여 논할 수 있으되 홀로 논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자들은 밝고 활발하며 동적이고 강하게 보입니다. 반면 여성들은 음의 성격을 지녀 정적이고 약하게 보입니다.
남자들은 깊이 들어가 보면 일반적인 기준과는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밝은 듯 하나 어둡고, 활발한 듯 하나 의기소침하며 동적인 듯 하나 정적이기도 하며, 강한 듯 하나 약하기도 한 것이 바로 남자이므로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을 잘 알아서 대하여야 합니다. 남자라고 다 남자가 아니며 여자라고 다 여자가 아닌 까닭입니다.
이러한 남자를 대하는 방법은 오직 ‘진심(眞心)’ 하나로 족한 것입니다. 이들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확인하여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하여 대한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며 방법상의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도록 됩니다. 허나 오직 진심으로 대한다면 상대방의 진심이 우러나오게 되어 있어 오류가 적어집니다.
남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인간은 그 자체가 소우주인데 어찌 천변만화(千變萬化)가 그 안에 없겠습니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별의별 것들이 그 안에 내재되어 있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답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 바로 남자인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은 항상 어머니의 마음으로 남성을 품어야 하며 그러한 속에서 아들 같으면서도 연인 같기도 하고 아버지 같기도 한 느낌이 살아나오게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남자를 상대할 경우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은 역할에 있어 절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천지는 하늘과 땅이 동시에 존재하였으되 발아의 과정은 모두 땅이 담당하였음을 생각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생명의 씨앗은 하늘이 주되 그것을 살려내는 것은 여성의 역할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여성의 기본은 모성(母性)이며 모성을 기본으로 하는 한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실패할 일이 없는 것입니다. 수선재의 선생님 역시 모성으로 하는 것이지 지식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다는 것은 모성을 보충하는 방법이지 그 자체가 따스함이 없는 한 속(俗)의 선생은 가능해도 하늘을 전하는 선생을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랑이란 근본적으로 모성이며 여성만이 온전히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남성은 아무리 잘난 체 해도 역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며, 따라서 저는 많은 남자들을 겪어보면서 남자에게 실망하지 않은 방법이란 항상 어떠한 남성이든지 모성으로 감싸야 한다는 것을 터득함으로서 한 번의 사랑을 겪을 때마다 실연의 아픔을 승화시키고 하늘의 뜻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저라고 해서 일반적인 여성들이 하는 사랑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며, 그 사랑에서 무엇을 원하고 버려야 하는지를 극에서 극으로 알았던 사람입니다. 상상하실 수 없는 정도의 수많은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가슴을 앓아야 했던 과정은 모친의 마음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겪어 넘길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과의 사랑을 전부 아들을 여러 명 둔 것 같은 기분으로 받아들였으므로 진실한 사랑을 하면서도 아픔을 나름대로 온전히 승화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했다고 해서 그들과 모두 연인관계를 원하였다면 견딜 수 없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