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수련 필독서

[소설 선仙] 1, 2, 3

[소설 선仙] 1, 2, 3

저자
문화영

토정 이지함의 숨겨진 선도수련 여정을 담은 실화 소설. 이 소설은 단순한 소설이 아니며 수련 중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속에서 미리 만들어 봄으로써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도록 하여준다. 이지함의 알려지지 않은 동막, 조부 이진사의 사후세계 탐방, 아버지 진화의 선계 여행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소개

이 책은 조선중기의 기인이자, 토정비결의 저자로 잘 알려진 토정 이지함의 3대에 걸친 구도기이다. 토정 이지함이 살았던 16세기는 정신문명의 르네상스시대라 불릴 정도로, 황진이, 서경덕, 남사고, 이율곡, 신사임당 등 많은 선인들이 동시에 내려와 선(仙)의 꽃을 피운 우리 역사의 빛나는 시대였다. 먼 우주의 별 메릴린스의 선인 미르메트가 재수련을 결심하고 지구로 온 후 토정 이지함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는 이야기에서 시작되는 내용은 마침내 동막 스승님을 만나 '선화(仙花)'라는 신비한 그림을 통하여 자신을 찾아가는 장대한 스케일의 수련과정으로 이어진다.

전 우주를 배경으로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엄청난 깊이와 폭으로 펼쳐지는 이지함의 수련 과정과 지함의 선조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선도역정은 본격적인 선도수련의 정수를 보여주며, 지함의 주변인물들이 겪게 되는 신비한 이야기들은 한층 재미를 더한다.

80년대에 소설 '단(丹)'을 읽은 독자라면, 2003년 소설 '선(仙)'을 통하여, 한층 깊이있고 상세하게 소개된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아, 이런 세계가 있었구나...

이미 '한국의 선인들'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 민족 고유의 선도수련의 신비한 세계를 소개해온 저자의 첫 번째 소설이다. 이후 우리 역사에 활동한 다른 선인들에 대한 연작을 기대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펴낸 이의 말>

[ 소설 단(丹)……, 그리고 소설 선(仙) 80년대 초 대학시절, 소설 '단(丹)'을 밤새워 읽으면서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정신수련의 유구한 전통에 가슴이 벅차 올랐으며, 공중부양을 한다고 혼자서 얼굴이 벌겋게 될 때까지 호흡을 해보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잊고 살아왔지만, 그때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소설 '선(仙)'은 잠들어있던 내 안의 '선(仙)' DNA를 송두리째 일깨워냈다. 전설처럼 들어왔던 무파장, 선인, 선계...... 이 책에서 모두 체감할 수 있었다. (이상훈 / 펴낸이) ]

저자소개

문화영 (1951-2012)

명상학교 수선재의 선생님이자 선계수련의 안내자로 살다 간 분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민윤리학과에서 한국학을 전공하였으며 한국여성개발원 창립멤버로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연구 활동을 하였다. 39살이 되던 해 사회 활동을 접고 수련의 길에 들었으며 삶과 죽음의 관문을 넘는 극한의 수련 끝에 깨달음을 이루었다. 1998년부터 약 15년 동안 수선재에서 제자들을 길렀으며 그 과정에서 선仙(우주, 지구, 인간)에 관한 방대한 분량의 선서仙書를 남겼다.
저서로는 『선계에 가고 싶다』, 『본성과의 대화』, 『다큐멘터리 한국의 선인들』, 『소설 仙』, 『천서 0.0001』 등이 있다.

목차

1권
프롤로그/ 나의 별 메릴린스
제1막 미르, 재수련에 들다
제2막 아름다운 완성

2권
제3막 해보다 밝은 달
제4막 선화공

3권
제4막 선화공
에필로그/ 이 책과 더불어 선화가 만발하길

책 속으로

- 이진사는 이러 저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중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육신의 무게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허나 일어서려 하자 일어서기가 상당히 불편하였다. 이러한 일은 아직까지는 없었던 일이었다. 몸이 무거우면 좌우가 동시에 무겁지 한쪽으로 쏠려서 감각이 치우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 무엇인가가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있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였다. 동네 분들 중 돌아가신 분들도 보였다.

이진사는 다시 일어서 보려 하였다. 그러자 몸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기운으로 일어서지는 것 아닌가? 이진사는 너무나 놀랐다. 이렇게 향천을 하는 것인가? 몸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일어선 것이다. 다시 앉아 보았다. 그대로 앉아졌으나 몸을 비켜 앉아지는 것이었다. 이미 몸과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떠나는 것이구나.’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어느새 유언을 남길 만큼의 미련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한 것이 언제이던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순간 모든 것이 이진사의 마음을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진사와 관계 있었던 것들은 이제는 깨끗이 비워져 어디에도 이진사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진사는 더 이상 남아있을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 더 이상 남아있고 싶어도 남아있을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진사는 일어선 채 남겨져 있는 몸을 바라보았다. 이진사를 육십여 년 간 싣고 온 육신은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더없이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이만하다면 이제는 떠나도 되리라. 저렇게 평온한 얼굴은 아무에게서나 나올 수 없는 얼굴이었다.


- 갑자기 속세에 남겨놓고 온 가족들이 생각났다. 무엇들을 하고 있을까? 모두들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자신의 일. 이진사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남겨놓고 온 자손들이 얼마나 자신의 일을 잘 하고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근심 걱정조차 오히려 방해가 됨을 인식하고 모두 버리기로 하였다. 공중을 오르락내리락 하던 이진사의 영체는 점차 공중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마음이 비워졌다는 증거였다. 마음이 비워짐으로 인하여 가벼워진 이진사가 천웅각에 다다른 것은 아마도 지상의 시간으로 하면 1개월 이상은 족히 흘렀을 것처럼 느껴지는 즈음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었다.


- 온도나 습도가 아주 쾌적하여 덥지도 춥지도 않았으며, 아무리 오래 있어도 땀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맑고 깨끗하였다. 진화는 문득 예전에 할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곳이 말로만 듣던 선계인가?'

그런 것 같았다. 인간 세상이 아니면 어디이겠는가?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을 수 있는 곳은 선계 말고는 없을 것 같았다. 선계가 맞는다면 나는 어찌 속(俗)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진화는 갑자기 돌아갈 생각이 들어 뒤를 돌아다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그 길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 온 것도 아니었다. 수십 발자국 걷다가 바위 옆으로 오르는 길을 조금 올랐을 뿐인데 자신이 걸어온 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어찌할 것인가? 이곳에 들어오기는 하였으나 나갈 길을 잊은 것 아닌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뒤를 돌아보아도 나갈 길이 전혀 보이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때문이었다. 진화는 당황했다. 이곳을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의 보통 산처럼 생각하고 들어왔다가 나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였으며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하여 아주 조금 상상 속에서 걱정을 해 보기는 하였으나 막상 이렇게 나갈 길이 보이지 않자 덜컥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큰일났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빨리 이곳에 와 버린 것 아닐까?'


- 진화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돌아오고 있을 때 지함은 동막 선생과 걸어가고 있었다. 지함이 알기에는 오늘은 서당으로 가고 다른 날 어디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가는 길이 서당이 아니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훈장님, 어디로 가시는지요?"

"하늘공부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예."

"하늘공부를 하려면 하늘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

하늘로 가다니? 그 말은 곧 죽는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죽어서 어찌 공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늘로 가지 않고 어찌 공부를 하겠느냐?"

"꼭 하늘로 가야만 하늘공부를 할 수 있는지요?"

"가지 않고 어찌 하늘공부를 한단 말이냐?"

하늘로 간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과 같다면 부모님께 인사를 달리 하고 왔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직인사를 그렇게 길에서 가볍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다시 뵐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사를 너무 소홀히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