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인 이야기

있잖아요, 미안해요

있잖아요, 미안해요

저자
이미연 외 명상학교 학생들

『있잖아요 미안해요』는 ‘미안하다’는 마음과 그 표현을 통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 명상학교 학생들의 체험담이다. 명상학교에서 ‘미안함’이라는 주제로 열린 백일장에서 당선된 30편의 글들을 모아 엮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자기 자신에게 품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책소개

『있잖아요 미안해요』는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과 마음을 통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해 나가는 명상학교 학생들의 체험담이다. 명상학교에서 ‘미안함’이라는 주제로 열린 백일장에서 당선된 30편의 글들을 모아 엮었다.

가장 많이 상처를 주고받는,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큰 미안함을 갖는 상대가 있다. 바로 우리의 가족들이다. 가깝기에 서로 의존하고, 의존하면서도 이해하지는 못하고, 그러기에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가족이라는 이름의 인연…. 『있잖아요 미안해요』에 실린 글들의 상당수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 있다.

미안하다는 말이 가진 힘은 의외로 크다. 진심어린 사과의 말 한마디는 상대방의 마음에 맺힌 응어리를 풀고 용서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깨진 관계를 회복하는 유일한 열쇠는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굳이 상대에게 직접 말하지 않아도 좋다. ‘누구누구야, 미안해~’라고 진심을 담아 마음으로 말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우선 내 마음이 위로를 받고 치유가 된다. 은연중에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전달이 된다.

저자소개

김진성(68년생, 무역업): 한 사람의 ‘명상인’으로 ‘자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길 희망합니다.
김경아(69년생, 자유인): 힘이 되어준 목발과 팔과 다리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백호현(54년생, 행복 플래너): 나를 지구에 보낸 존재가 <지구인생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한다면?
박미선(77년생, 고교 교사): 맑은 사람이 되어 자신과 주변에 힘이 되고 싶습니다.^^
김용태(65년생, 공연기획전문가): 내안의 ‘상처받은 나’가 호흡과 명상으로 치유되어 갑니다
김인성(45년생, 전직 철도청 근무): 주변에서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좋아졌다구!”
장인선(70년생, 자영업): 남편과 불 같은 제2의 하늘 사랑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최양이(67년생, 재무설계사): 남편이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존재가 됐습니다.
최현정(77년생, 명상지도사): 명상을 시작한 지 2년 차인 꽃다운 나이(!) 33세 처자입니다.
이상훈(66년생, 마케팅 전문가): 명상을 하면서 무거움을 하나씩 덜어내는 기쁨을 가집니다.
이정목(66년생, 자영업): 나만의 그림판에 스스로 계획한 퍼즐조각을 맞추어 나가는 기쁨!
이수진(74년생, 중견 IT기업 과장): 내 안에서 행복을, 내가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았습니다.
민수정(73년생, 웹프로그래머): 오늘도 한 손엔 등불 밝히고 밤길을 걷듯 숨을 쉽니다.^^
조정신(58년생, 중학교 미술교사): 너와 나의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지기를!
최희경(62년생, 미국 한의사): 아, 삶을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구나!
이영아(69년생, 퓨전 예술가): 교향곡 전문 궁중 악사였다가 이제는 자신을 리모델링하는 중입니다.
김해진(71년생, 어린이집 운영):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조금은 알게 됐습니다.
김은진(75년생, 선한식품 연구가): 현재의 자신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세상과 함께 숨쉬기를!
김정수(70년생, 법원공무원):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갑니다.
한해영(77년생, 독립영화 감독): 언젠가 지구별을 뜨는 날, 한 점 미련도 한도 남지 않기를!
박은진(59년생, 고교 교사): 감사하고 나니 그동안 미워했던 사람들에게 미안해졌습니다.
유정순(81년생, 사회복지공무원):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낮아지는 법을 배웁니다.
김정완(73년생, 경찰): 오늘도 숨 한 번 시원하게 쉬고 가자! 아싸~
이미연(71년생, 교육회사 연구원): 너는 특별해! 너는 하나밖에 없는 별이야!
이조(77년생, 마음 디자이너): 낙천적이고 실용적이며 동시에 이상주의적인 싱글우먼입니다.
홍연미(63년생, 중학교 교사): 한 아이의 엄마, 아내로서, 7년째 명상을 배우고 있습니다.
박혜원(72년생, 의사); 진정한 자유와 내 안에서 빛나는 보석 같은 삶의 의미를 찾아서….
김대만(74년생, 프로그래머): 판타지 소설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청년(?)입니다.
김영경(68년생, 한국농어촌공사 연구원): 어렵기만 했던 육아와 자녀교육이 편안해졌습니다.
이인석(63년생, 중소기업운영): 진정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란

목차

* 가슴속에서 반짝이는 말
청평호에서 - 김진성
팔이 하나 더 생겼어요 - 김경아
라면 한 그릇 - 백호현
2학년 3반 그 녀석 - 박미선
계란장수 - 김용태
마지막 선물 - 김인성
딸아, 아버지 눈을 보아라 - 장인선
여보에게 - 최양이


* 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음을
아버지의 손 - 최현정
마흔이 넘어서야 - 이상훈
신문로 - 이정목
내 탓이에요 - 이수진
내 인생의 귀인 - 민수정
자장면과 스텐밥그릇 - 조정신
아스팔트 키드 - 최희경


* 매일매일 나는 조금씩 치유된다
비 선수권 대회 - 이영아
어린 시절의 나에게 - 김해진
회상 - 김은진
어린 엄마 - 김정수
세상의 남자들이여~ - 한해영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기? - 박은진
자질부족 사회복지사? - 유정순
무늬만 경찰2 - 김정완


* 있잖아요 미안해요
친구의 선물 - 이미연
아름다운 업 - 이조
밥에 관한 단상 - 홍연미
사랑 없음 - 박혜원
우리집 왕따 - 김대만
내 사랑 껌딱지 - 김영경
메마른 나의 가슴에 - 이인석

책 속으로

* 시아버지에게 던져 버린 라면 한 그릇
라면 한 그릇 | 백호현(39, 전직 국세청 공무원)

맞벌이를 하는 며느리인 ‘나’는 치매기가 심한 시아버지를 모시게 된다. 시어머니가 병환으로 입원하는 바람에 돌볼 사람이 없어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치매기가 점점 심해져가는 시아버지, 밤새 속옷에 오줌을 지려놓고 은근슬쩍 벗어서 새 내복처럼 개놓는다. 낮에는 쿨쿨 자고 밤에는 집안의 불을 다 켜고 돌아다닌다. 하루에도 다섯 번씩 먹을 것을 달라고 투정을 부린다.

“큰애야, 나 배고프다. 왜 밥 안 주냐?”

날아갈듯이 밥상을 차려 가져가니 밥이 먹기 싫다고, 팥죽을 끓여 오라고 한다. 팥죽을 준비하고 있는데 조금 있다가 “큰애야, 나 흰죽 먹고 싶다” 한다. 다시 부리나케 흰죽을 끓어 대령하니까 이번에는 라면이 먹고 싶다고 한다. 마음공부의 마지막 고지에서 나는 씩씩거리며 라면을 끓였다.

서둘러 라면을 끓여 가져가니까 무슨 라면이 이렇게 뜨거우냐고 소리를 지르며, “큰 대접에 식혀서 가져 오너라” 한다.

화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큰 대접에 라면을 붓고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식혀서 상 위에 놓는 순간, 그만 나도 모르게 대접을 꽝 소리가 나게 던져버렸다.

‘아차,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걸 어째…?’

밥상 위로 튀어나간 뜨거운 라면 국물과 면발, 시아버지 얼굴로 날아간 국물 파편, 시아버지의 놀란 눈빛과 벌어진 입! 온갖 후회가 몸과 마음을 찌르며 덮어 왔다.

‘마지막 마침표를 이렇게 찍는구나!’

그로부터 1주일 후, 시아버지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라면 한 그릇의 섭섭한 마음을 안고 세상을 떠나신 아버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사랑 없음’에 대한 미안함
사랑 없음 | 박혜원(36, 의사)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어머니와 같이 살게 된 ‘나’는, 비뚤어진 피해의식으로 나 자신을 ‘구박받는 콩쥐’ 쯤으로 여겼다. 대학 진학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의대에 가겠다는 나에게 새어머니는 수심에 가득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네 성적에 무슨 의대를 가니…?”

성적은 문제없다고 말씀드려도 반응이 신통찮았다. 피해의식에 가득 찬 나는 이렇게 단정했다.

‘친딸이 아니라고 내가 잘되는 게 그렇게도 싫은 건가?’

나는 새어머니를 아주 몹쓸 팥쥐 엄마쯤으로 치부한 후, 고집을 피워 의대에 진학했다. 부모님은 비싼 의대 등록금을 대느라 허리가 휘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MF가 닥쳤다.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나는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어렵사리 학업을 이어나가야 했다. 의대에 가겠다는 괜한 고집이 나 자신에게도 고통으로 돌아온 것이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사실 새어머니는 나를 사랑했음을…. 적어도 그러려고 최선을 다했음을…. 다만 자신이 낳은 어린 두 자녀의 장래 또한 똑같이 걱정스러웠음을…. 아버지는 정년퇴직을 바라보고 있었고, 늦게 본 동생들은 아직 어렸다. 그 와중에 의붓딸이 공부하는 기간도 길고 학비도 만만찮은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샐러리맨 아버지의 경제력으론 어린 두 동생의 뒷바라지가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었다.

“네 성적에 무슨 의대를 가니…?”라는 볼멘소리 뒤에는 어린 두 자녀의 불투명한 장래를 걱정하면서도, 냉랭하기만 한 의붓딸이 어려워 속 시원히 속내를 털어 놓지도 못하는 새어머니의 한숨이 애처로이 묻혀 있었던 것이다.

나의 억측과 원망들에 대해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나의 ‘사랑 없음’을 사과하고 싶다. 나의 사랑 없음에 상처 받았을 수많은 영혼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 나 자신에게 격려장과 박수갈채를 보내다
비(非)선수권 대회 | 이영아(39, 무규칙 퓨전 예술가)

헤드헌팅 회사를 운영하는 한 후배를 알고 있다. 그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기억도 잘 못하는 5살 때 친엄마가 욕조 물속에 머리를 처박아 물고문을 했다고 한다. 또 내가 아는 어느 중년 부인은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항상 매 맞는 것은 물론이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발가벗겨져서 종종 집 밖으로 내쫓겼다고 한다. 용변 실수를 한다고 새엄마한테 달군 쇠 젓가락으로 항문이 지져진 아이도 있었고, 친아버지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진 아이도 있었다고 한다.

그들이 성장하고 성인이 되어 살아가면서 인간적으로 냉담해지지 않고, 성격이 포악해지지 않으며, 주눅 들거나 열등감이 심하지 않게 자라날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하게 자란 사람들이 평범하게 되는 것보다,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그들의 마음에 박힌 독기가 빠져나갈까? 거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이 따듯하고 온순하며 한없이 가볍게 되는 것은 과연 가능이나 한 것일까?

귀감이 될 만한 사람들을 ‘선수’라고 칭한다. 산 타는 데 선수인 엄홍길. 춤추는 데 선수인 강수진, 그 외에도 사람들의 찬사와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들…. 그들이 힘써 쏟은 에너지와 노력들은 가히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삶’이라는 이름의 진정한 경기는 대부분 시상대와 무대 밖에서 이루어진다. 각종 세계 선수권 밖의 선수들이라 그 경기는 이름 하여 ‘비(非)선수권 대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난해서 돈이 절실하고 못 배워서 한이 되었으며, 사랑을 못 받아 가슴이 황폐하고 건강이 허락지 않아 몸이 괴로우며, 학대 받아 삐뚤어지고 무능해서 기를 펴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이름 없는 이들 모두가 이 대회의 대표선수들이다.

비 선수권 대회 선수들을 대표하여 나 자신에게 박수갈채와 격려문을 보낸다. 귀하게 대하지 못함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 격 려 장 ≫
비 선수권 대회 선수 이영아
이 선수는 극심한 우울증 속에서도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으며
심지어는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므로
이에 격려장을 수여함.

기립 박수! 브라보! 브라비시모! 예보! 올레! 울라랄! 따봉!!!!
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


* 당신은 왜 나에게 베푸는 건가요?
신문로(新門路) | 이정목(42, 자영업)

중학교 시절 단짝 친구였던 B는 머리에 큰 화상 자국이 있었고, 어머니와 단둘이서 극심한 가난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동정심이 일었다. 매점에서 점심을 사주기도 했고, 버스 회수권이나 토큰을 나눠 주기도 했다. 어느 날 B가 나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왜 나에게 베푸는 거지?”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또박또박 대답했다.

“내가 너에게 약간씩 베푸는 건… 이미 난 누군가에게 베풂을 받은지도 모르고, 앞으로 누군가에게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지. 여기서 말하는 그 누군가는 과거의 너였을 수도 있고 앞으로의 너일지도 모르지….”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인 대답이었다. B 역시 그런 나의 대답에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기뻐하며 진정으로 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그때부터 나는 점점 B가 부담스러워졌다. B는 나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로 생각했지만, 나는 B를 그렇게 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자존심 강하고 눈치 빠른 B는 나에게 조금 실망하는 듯 보였다. 더 이상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B에게 인색했던 순간들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에게 얼마나 베풀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B가 나에게 주었던 무한 신뢰와 순수했던 우정을 냉정하게 저버린 이기적인 죄책감, 바로 그것이다.

살면서 절대로 듣지 말아야 할 질문이 한 가지 있다. “당신은 왜 나에게 베푸는 건가요?”라는 질문이다. 상대방이 베푼 것을 눈치 챌 정도라면 그건 이미 베푼 것이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