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과의 대화

정조, 월야문답 (정조의 비밀사관이 기록한 역사의 뒷이야기)

정조, 월야문답 (정조의 비밀사관이 기록한 역사의 뒷이야기)

저자
김예진

환타지 역사소설의 형식을 빌어 개혁군주 정조의 진면목을 밝힌다! 212년 전 여름, 마지막 승부수 오회연교를 앞둔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 역사를 바꾸더라도 그 계획을 말리고 싶은 21세기 천방지축 작가지망생 은서. 은서를 통해 미리 알게 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굽힐 수 없었던 정조의 마음은?

책소개

200년의 시간을 거슬러 후손 앞에 나타난 정조 대왕! 그가 이 시기에 나타난 이유는 현 시대의 상황이 정조 시대와 쌍둥이처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데…. 정조 시대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주인공인 여대생 은서와 정조의 대화를 빌어 그 해답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은서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영조 시대로 떨어진다. 죽음을 앞둔 영조는 은서에게 경종과 사도세자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고해성사하듯 털어놓는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권력의 무상함을 일찌감치 경험했던 정조는 백성을 위하고 하늘을 위하는 진정한 왕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은 정조에게 있어 큰 깨달음의 계기가 되는 한편 정조 이후 조선의 역사를 크게 뒤흔든 사건이기도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이 책에서 밝혀진다.

중요한 것은 정조 시대를 포함한 조선왕조 전체를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가 우리 역사 일만 년을 관통하는 큰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이족의 살아 있는 역사이며 오늘날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특별한 역할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정조의 육성을 통해 직접 밝히는 정조실록의 비밀, 하나!
정조 시대는 조선을 일으키기 위해 하늘에서 계획한 동이족의 마지막 부흥 프로젝트였다.

정조실록의 비밀, 둘!
천재들의 시대라 일컫는 정조 시대에 태어났던 이익, 홍대용, 박지원, 김홍도, 신윤복, 정약용 등은 이 시기에 함께 역할을 수행하기로 미리 약속하고 내려온 사람들이었다.

정조실록의 비밀, 셋!
우리나라는 동이족의 정통성을 물려받은 땅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는 ‘지금’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조선의 가장 찬란한 문화부흥기를 이룩했던 정조 시대,
전 세계적으로 한류의 붐이 일고 문화강국을 이루어가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
두 시기를 하나로 꿰어 시간의 흐름은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정조가 미처 이루지 못했던 마지막 과제는 무엇일까?

그 과제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다시 한 번 역사적 사명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세상의 주된 흐름이 우리에게 다가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큰 도약의 시기엔 항상 시험이 주어진다고 한다. 이제껏 왔던 대로 쉽고 뻔한 방법과 타협할 것인가? 어렵지만 새로운 차원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그 선택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지고 세상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문무를 겸비했던 천재 군주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정조는 시대의 사명자였으며,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맡았던 프로젝트는 세종, 선조에 이어 마지막으로 조선을 부흥시키는 막중한 임무였으나 노론 벽파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자신 또한 죽음을 당하고 만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정조의 죽음에 대한 묘사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책 속에서 정조는 말한다. 자신과 동시대의 사람들은 돈과 권력이라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거부하고 과거에 머무는 퇴행을 선택했지만 후손들은 미래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바라노라고.

도약을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
비운 만큼 채워지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이 어떠한지, 세상 모든 존재와 공존하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제까지의 역사를 마감하고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상승하기 위해 발돋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조는 평행이론의 대미를 장식할 막중한 임무를 띤 우리들에게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저자소개

김예진

10대 - 오른손엔 사회과학책을, 왼손엔 만화책을 들고 다니며 세상을 바꾸어보겠다고 눈을 희번덕거렸음.
24살 -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에 명상 입문.
28살 - 신입 직원부터 퇴직을 앞둔 직원들까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갑자기 섬뜩해져 퇴사.
29살 - 함께 명상하던 ‘노마드족’들과 공동체 마을을 이룩하다.
현재 - 새벽에는 명상을, 오전에는 밭일을, 오후에는 글쓰기를, 주말에는 친구들과 각종 기술을 연마하며 허생전의 ‘무인공도’를 만들어가고 있음. 저서로는 『작은 신들의 인공별 보고서』, 『내 가슴에 귀를 기울여』, 『연화』, 『김제동의 첫사랑, 後』 등이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vadah04

목차

프롤로그
등장인물

第 一 章 경희궁
第 二 章 영조의 고백

월야문답
第 三 章 정조 이산
第 四 章 비밀사관
第 五 章 정학(正學)
第 六 章 역사
第 七 章 하늘, 天
第 八 章 호흡
第 九 章 백성
第 十 章 임금의 가족
第 十一 章 변화란
第 十二 章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第 十三 章 존덕정(尊德亭)
第 十四 章 사명
第 十五 章 달

나가며

책 속으로

아버지 사도세자를 비명에 가게 했던 세력들을 끝까지 처단하지 않고 함께하고자 했던 왕. 신분제도를 없애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어했던 왕.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했기에 20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왕. 죽음의 순간까지 임금이 놓지 않은 것은 신하들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었다.


*


“지금부터 오십여 년 전 형이 죽었다. 형의 나이 37세였지. 형님은 원래 약했던 분이 아니었다. 형님의 건강이 나빠진 이유는 그의 어머니였던 희빈 장씨께서 그리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이후 형님은 궁궐에서 마음 놓고 숨 쉴 수조차 없었지.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곤 하셨다. 반면 나의 어머니 숙빈 최씨에게는 묘하게 기세등등한 느낌이 흘러나왔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아들이다. 어미의 생각을 어찌 모르겠는가. ‘내가 좋아하지 마지않던 형님을 어머니는 좋아하시지 않는구나. 우리 모자는 형님과 각기 다른 이해관계가 있었구나.’ 어머니로서는 우리의 앞길을 방해하던 세력이 없어진 셈이었다. 아버지 숙종은 희빈 장씨에게 사약을 내리면서 형님에 대한 마음도 거두었던 것 같다.”

“외람된 말씀이나 영조 임금께서는 경종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요. 그 의혹은 300여 년이 된 지금도 계속돼요. 이제 진실을 밝혀주신다면 그것이 형님도, 임금님도 저희들도 자유로워지는 길이라 생각해요.”

“자유라…, 좋은 말이다. 나도 이제 그날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구나.”

임금은 찻잔의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없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하기 위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가 썼던 방법은 형님을 죽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정하고 지우고 싶었던 과거다. 좋든 싫든 형님의 죽음에 내가 개입되었다는 것은 평생 나의 발목에 족쇄를 채워놓았다. 아무리 저들이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고 나는 아무 힘도 없었노라고 외쳐본들 나는 떳떳할 수 없었다. 형님의 죽음에 나는 어떻게든 연관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래야만 내가 살고 나의 어머니가 살 수 있었으니까.”

“우리라면 누굴 말씀하시나요?”


*


“그러고 보니 수원화성의 일이 생각납니다. 전하께선 노역이라 하여 백성들을 강제로 동원하지 않고 일한 만큼 임금을 주셨다지요? 제가 사는 시대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일로 보입니다.”

“네가 수원화성에 관한 일을 안단 말인가? 설마 규장각에서 따로 공부라도 한 것이냐?”

“전하께서 워낙 기록을 꼼꼼하게 하시다 보니 이 시대의 일들을 미래의 사람들도 상당수 알고 있답니다.”

“그렇지. 요즘은 네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자꾸 잊는구나. 백성들이라면 노역에 차출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조선에 변화를 줄 수 없을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일한 만큼 임금을 주면 절로 의욕이 생길 것 같았다. 나라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백성들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잘 살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주기 위해 실시하는 것임을 확신시켜주고 싶었지.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이 뭔가, 그들에게도 살길을 마련해주는 것 아닌가.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 그들이 나와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 외면적으로 같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근본이 같다는 이야기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같은 뿌리에서 태어나 유사한 근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모두 달라 보여도 나무의 왼쪽에 붙은 잎과 오른쪽에 붙은 잎처럼 같은 것이다. 그 같음을 마음속에 인식하고 산다면 어찌 사랑이 생기지 않겠는가?”

“전하께서는 백성들을 사랑하세요?”

“사랑이라 했는가? 나는 그들이 배가 고프면 나도 배가 고픈 것 같고, 그들이 헐벗으면 나도 춥고, 그들이 슬퍼하면 나도 슬프다. 그들이 없다면 내가 있을 필요도 없는 것. 그러나 정말로 백성들의 마음을 지극하게 품고 헤아리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너는 혹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있느냐?”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