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표는 진화

01 경험을 통해 배우기 위해 태어났다

* 수선재의 명상 선생님인 문화영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하신 말씀을 기록한 글입니다.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다

우리는 경험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경험하러 나왔기에 모든 걸 다 경험할수록 좋습니다. 대학에 입학했다면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배우고 졸업해야 좋은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지금 지상에 나와 있는 분들은 알게 모르게, 또 싫든 좋든 본인들의 공부를 위해서 나와 있는 것입니다. 하나의 학교로서 지구에 내려온 것이지요.

지구에서의 한 생은 길어야 80~90년입니다. 자주 태어나지도 않습니다. 몇 천 년, 몇 만 년 후에 다시 태어날지 모릅니다. 그러니 한 번 나왔을 때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다 경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풍부해집니다. 자신이 겪은 것들이 자산이 되어 무르익고 성숙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다 알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국면은 그리 많지 많습니다. 서른여섯 가지 정도라고 합니다. 배반, 질투, 원수끼리의 만남, 삼각관계, 사각관계……. 원수끼리 사랑한다거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거나, 속였다거나, 죽였다거나, 살인자를 사랑한다거나 혹은 원수를 갚는다거나, 전쟁, 전쟁 중의 이별, 생이별, 사별, 이혼, 결혼……, 많은 것 같아도 쭉 적어보면 서른여섯 가지 정도에 불과합니다.

명작이란 다 이런 것들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려면 이런 국면들이 한두 가지는 꼭 들어가야 하고요. 인기를 끄는 작품들을 보면 패턴이 거의 같습니다. 들어가는 양념은 같은데 어떤 걸 많이 넣었느냐 적게 넣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인간사는 다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다 알고 가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저도 인간으로 나왔기 때문에 인간적인 삶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 인간의 온갖 감정, 아픔이니 고통이니 하는 것들을 다 공부하고 가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입니다. 슬픔과 고통, 정말 죽을 것 같은 아픔……, 이런 것들을 언제 습득하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알아야 사람이 풍부해집니다.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습니다.


지구학교의 수업료

올라갈 때는 인생을 알았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한 면만 안 것입니다. 내리막길에 접어들면서, 질투, 소외, 갈등 같은 것들을 겪으면서 저는 참 인생을 알았습니다. 인생의 진한 맛, 감칠 맛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지요. 참 감사한 일이더군요.

작가나 수련하시는 분에게는 어떤 경험도 다 밑천이 됩니다. 경험할수록 풍부해집니다. 그러니 좋은 것만 취하려 하지 마시고 다 받아들이세요. 풍부해지기 위한 교재로 삼으면 되지 않습니까?

태어나서 병치레 많이 하면서 자라고, 부모님 고생시키고, 되는 일이 없고……,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그게 다름 아닌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한 사람이 출생해서 칠팔십 평생 살기까지 돈으로 치면 수억이 드는데 그 비싼 돈을 수업료로 내면서 사는 이유는 바로 공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괴로운 일이 닥쳐서 마음 아프고 비명 지르고 싶은 분들은 ‘내가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공부하는구나, 수업료를 톡톡히 내는구나’ 하고 생각해 보세요. 모든 것이 축복이고 감사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싫다가도 금방 다시 깨닫게 되더군요.


공부를 위한 고난도 스케줄

불행해 보이는 일들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사고로 반신불수가 되어 병원에 누워 사는 분들이 있는데 전생의 죄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태어난 목적은 경험이 필요해서입니다. 이번 생에 불구로 사는 경험이 필요해서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스티븐 호킹은 불구지만 불구의 한계를 넘어 정상인보다 나은 삶을 찾았습니다. 찾아보면 그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불구로 태어났지만 밝고 천진난만하게 살고 어떤 한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천재적인 삶을 살다 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례를 보이기 위해 불구라는 과제가 부여되었을 수도 있고요. 인간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암흑시대를 살다 가신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의 스케줄을 보면 암흑시대가 있는데 암흑시대는 암흑시대로 끝나는 게 아니라 광명을 위한 준비 기간입니다.
암흑시대를 겪으면서 인류의 영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어려운 시대를 겪으면서 공부를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바다에 해일이 일면 배가 난파되고 사람도 죽지만 한 번씩 갈아엎음으로써 정화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암흑시대를 겪었던 분들은 광명을 볼 수 있는 시대에 다시 태어나는데 이때 어둠 속에서 공부한 것이 밑천이 됩니다.


한 번의 생에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야 하는가?

한 번의 생에 모든 경험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생에 여러 가지 공부를 다 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동식물에서 인간이 되고, 인간에서 선인(仙人, 깨달음을 이루어 우주의 일부가 된 이)이 되고 하는 과정에서 공부할 게 굉장히 많은데 그걸 한 생에 다 마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특별한 경험이 필요해서 태어난 분도 많습니다. 한두 가지를 배우기 위해 태어나며 나머지 인생은 그냥 덤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죽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유도 모르게 죽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아이 입장에서 태어나는 경험 하나만 필요했던 것입니다. 부모나 주변 사람의 과오 때문에 단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스케줄입니다.

태어나는 경험은 짧지만 아주 엄청난 경험입니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으앙!”하고 울지 않습니까? 공포의 울음입니다. 암흑 속에서 갑자기 나와서 어딘가에 뚝 떨어졌습니다. 기후, 냄새, 소리, 기압 같은 것들이 갑자기 다 달라집니다. 그런 충격적인 경험을 하기 위해서 태어났다가 죽는 것입니다.

전쟁 시대에 태어난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대에 태어나서 전쟁에 참여하는 경험이 필요해서 나온 분들입니다.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을 굉장히 공부시키는 교재지요. 온갖 것들이 한꺼번에 시험 되는 무대입니다. 폭탄이 날아오는 극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처신하는가? 그렇게 무지막지한 경험을 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다 가야 하는 스케줄로 태어나는 분들도 있습니다. 장거리 경주와 같은 스케줄인데, 선인이 되는 수련으로 인도되신 분들은 거의 다 이런 스케줄입니다.


수십 생을 되풀이하는 공부

사람마다 이번 생에 해야 하는 공부가 다 다릅니다. 이 사람은 이런 공부를 하기 위해 태어나고 저 사람은 저런 공부를 위해 태어납니다.

제가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말씀드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예를 들어 누가 “이혼해도 됩니까?”라고 질문하면, 저는 어떤 분에게는 절대 안 된다고 대답하고 어떤 분에게는 해도 무방하다고 합니다. 이혼을 하면 안 되는 경우는 ‘적수를 만나 결혼해서 잘 참으면서 살아보라’는 공부를 하기 위해 태어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분에게는 그것이 이번 생에 해야 할 공부입니다.

이번 생에 해야 할 공부를 해내지 못하면 다음 생으로 이어집니다. 계속 같은 공부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 과정을 넘지 못하면 다음 과정으로 진입이 안 됩니다.

『살아지는 인생 VS. 사는 인생』(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