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학을 모르는 사람이지만 사람도 물질도 분해해 가다 보면 산소 몇 퍼센트, 수소 몇 퍼센트로 나눠진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누고 또 나누었을 때의 본질이 결국 기(氣)입니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세포인데, 이 세포를 나누면 원자로, 다시 나누면 기(氣)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요.
기는 워낙 작고 보이지 않으므로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기로 구성된 물질이 있다는 것이 바로 기가 있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지요.
우리 몸에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피가 흐르는 길과 기가 흐르는 길입니다. 피가 흐르는 길은 동맥, 정맥, 모세혈관과 같은 핏줄입니다. 기가 흐르는 길은 경락(經絡)입니다.
서양 의학자들은 의견만 분분할 뿐 경락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릅니다. 아까 어떤 회원님께서 봉한 학설에 대해 말씀하시던데, 내용을 들어보니 김봉한이라는 분이 경락에 대해 발견하신 것 같더군요.
경락은 내장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살과 내장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하지방에 있는 것도 아니고, 피부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경락은 살갗이 아닌 살 속에 있습니다. 셀(cell), 즉 세포 속에 있는 것이 경락입니다. 내장의 경우 점막에 있고요.
그런데 그게 보입니다. 염색 시료 같은 것을 넣고 찍으면 사진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걸 김봉한 씨가 찍었고, 서울대 물리학부에서 다른 시료를 써서 또 찍었다고 하더군요.
이 경락은 혈관만큼이나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기가 있는 곳에 피가 있는 것이라서, 기혈이 같이 한 쌍으로 움직이는 것이라서 몸 안에 경락이 아주 많습니다. 나뭇가지에 맥이 퍼져 있듯이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명상하시는 분들의 경락은 기존 한의학에서 말하는 경락과는 많이 다릅니다. 간경, 담경, 위경, 방광경…… 이렇게 이름 붙여진 그 경락으로만 기운이 흐르지 않습니다. 대주천이 되어 몸이 바뀌면 경락끼리 서로 다 통하는 것이지요. 물이 흐르다가 물줄기가 세어지면 옆으로도 흐르지 않습니까? 물줄기가 잡히면 천지 사방에 다 통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기운은 맑고 탁함에 따라 정기(精氣)와 탁기(濁氣)로 나뉩니다. 정기는 맑고 밝고 온화해서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기운이고, 탁기는 매연같이 탁한 기운입니다.
탁기를 접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구역질나고, 뼛속까지 저려 옵니다. 기색(氣色)을 볼 수 있으면 맑고 탁한 것을 볼 수 있으나, 그럴 수 없으면 느끼는 것이지요.
기가 강하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강하고 탁한 것처럼 피해를 주는 것도 없습니다. 탁하고 약하면 남에게 피해는 덜 주는데 탁하고 강하면 피해가 아주 큽니다.
탁기가 강한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면 탁기가 귀를 통해서 뇌 속으로 전달됩니다. 태양혈, 옥침혈을 다 건드려 머리가 금방 아프고, 몸 안으로 들어와 뼛속까지 아프고 저리게 합니다. 이렇게 불쾌한 기운이 탁기이고, 기분 좋은 기운은 정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탁기(濁氣)는 먼지 같은 것입니다. 경락은 그렇게 굵은 길이 아닙니다. 머리카락 한 올 지나갈 정도의 길이지요. 그런 길로 기운이 다니는데 거기에 먼지가 들어가 보십시오. 먼지 같은 게 탁기인데, 경락 속으로 들어가면 곳곳의 혈을 막습니다.
계속 명상을 하면서 기운을 돌리면 먼지가 있다 하더라도 순환이 됩니다. 허나 명상을 소홀히 하거나 방심해서 단전을 놓치거나 하면 계속 먼지가 쌓입니다. 먼지가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하면서 아예 꽉 막아 버립니다.
특히 기본 경락인 임맥, 독맥이 막히면 급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의사들이 보면 아주 큰일 난 상황입니다. 손발이 차고 소통이 안 되니까요.
중풍은 혈이 두세 개 막혔을 때 오는데, 특히 독맥이 막혔을 때 많이 옵니다. 독맥에서 뇌로 올라가는 어느 부위가 꽉 막히면 터지게 마련입니다. 어딘가로 흐르긴 흘러야 하는데 막히니까 옆으로 흐릅니다. 그러다 보면 터져서 뇌출혈이 되고 중풍이 옵니다.
탁기는 의학자들이 말하는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와 상통하는 개념입니다. 의학계에서는 활성산소를 인체의 배기가스라 부를 만큼 그 피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는 아직까지 생소한 개념입니다. 많은 의사들은 모든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활성산소에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정도이지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베타카로틴이나 셀레늄을 많이 섭취하는 식이요법(말린 자두에 많은 양이 들어있다고 하며 녹황색 야채나 과일 위주의 식사), 운동요법(유산소 운동이나 걷기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명상요법(우주기와 연결된 단전호흡)이라고 합니다.
활성산소를 측정하여 치료하는 광양자 치료라는 요법을 시행하는 병원도 있다고 하더군요. 독일에서는 광양자 치료가 암 치료 등에 필수과정이라고 합니다.
흔히 현대의학이 못 고치는 병이 세 가지가 있다고 얘기한다. 암이 첫 번째요, 당뇨와 혈압병이 둘째와 셋째를 차지한다. 이러한 병들은 성인이 걸린다 하여 ‘성인병’이라 불렸으나 이제는 그것도 옛말이다. 어린이들 또한 많이 이러한 병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병은 현대의학의 최대 현안이 되었다.
처음에는 균형 잡힌 식사법을 행하고 인스턴트식품, 기름에 튀긴 음식, 유가공 식품, 식품 첨가물 등을 피하면 성인병을 예방․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1977년 미국 상원 특별위원회가 제출한 『영양의료문제연구보고서』가 “18세기의 식사로 돌아가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사람들은 식이요법으로 성인병을 치료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값비싼 식이요법 요양원들이 속속 생겨났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렇게 비싼 요양원에 들어간 사람보다, 모든 것을 버리고 깊은 산 물 맑은 곳에 들어가 자연에 몸을 맡긴 사람이 난치병을 극복한 사례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치료했을까?
차츰 식이요법의 한계가 밝혀졌다. 아무리 철저히 식이요법을 해도 암에 걸릴 사람은 걸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유산소 운동’이 유력한 치료 수단으로 제기되었으나 이 또한 오래 가진 못했다. 체계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한 많은 환자들이 성인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투병생활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후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 이른바 ‘활성산소(活性酸素, oxygen free radical)’이론이다. 활성산소는 우리가 호흡하는 산소와는 완전히 다르게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산소이다.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자외선, 혈액순환장애, 스트레스 등으로 산소가 과잉생산된 것이다.
이렇게 과잉 생산된 활성산소는 사람 몸속에서 산화작용을 일으킨다. 이렇게 되면 세포막, DNA, 그 외의 모든 세포 구조가 손상당하고 손상의 범위에 따라 세포가 기능을 잃거나 변질된다. (활성산소가 꼭 나쁜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생체방어과정에서 산소·과산화수소와 같은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의 강한 살균작용으로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기도 한다.)
현대인의 질병 중 약 90%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구체적으로 그러한 질병에는 암·동맥경화증·당뇨병·뇌졸중·심근경색증·간염·신장염·아토피·파킨슨병, 자외선과 방사선에 의한 질병 등이 있다.
거듭된 임상 실험은 음식 등 외적인 물질에 의해 발생하는 활성산소보다 내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활성산소의 비중이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문제는 현대의학이 이렇게 유발된 활성산소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비타민, 미네랄 등 항산화 물질이 의약품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도 확실한 처방은 되지 못하고있다.
우리 고유의 명상법 속에는 답이 있다.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면서 단전으로 깊이 호흡하다 보면 경락과 혈이 열리면서 온 몸의 탁기, 즉 활성산소가 빠져나감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다.
탁기는 왜 생기는가? 대개 잡념의 산물로서 정신적 갈등이나 번뇌 때문에 생깁니다. 집중해서 한 가지를 골똘히 생각하면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탁기가 생성되는 것이지요.
육체적으로는 안 좋은 음식이나 오염된 공기 등이 몸속으로 들어가서 배출이 되지 않을 때 생성되는데, 전체 탁기의 비율을 보면 정신적인 것이 80%쯤 되고 육체적인 것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공기가 나쁘고 음식이 나쁘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이 몸이 상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몸에 자체 정화 작용이 있기 때문이지요. 독소 물질을 지속적으로 먹지 않는 한 배출이 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정신적인 탁기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배출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규 교육에서도 정신적으로 쌓인 것을 배출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못했습니다. 육체적인 배설은 배설기관을 통해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마음은 어떻게 관리하고 해소해야 할지 모르기에 대책 없이 쌓여만 가는 것이지요.
착하신 분들이 오히려 탁기가 상당히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착해서 남의 것을 대신 받아서 접수해 놓고 스스로에게는 대책이 없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볼 때는 참 착하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다, 하는데 자기로서는 착한 게 아닙니다. 자기를 해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마음이 착해서 계속 받아들이는데 해소를 못 시키고 찌꺼기가 남아 있습니다.
탁기는 매일 배출해 주지 않으면 몸과 마음에 쌓입니다. 매일 쌓이는 탁기만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정신적으로 해소하지 못해서 계속 쌓여온 것들,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누적되어 온 것들, 질병으로 인해 약 먹고 하면서 쌓인 것들이 다 있습니다.
배출할 방법이 없으면 병으로 발전합니다. 대책이 없으니까 암이나 당뇨 등 치료 불가능한 병이 되는 것이지요. 고여 있다가 그 자리에서 그냥 뭉쳐서 종양이 되기도 합니다.
『자가치유 건강법』(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