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살기 위해 태어났다

02 자연으로 돌아가는 선(仙)문화

* 수선재의 명상 선생님인 문화영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하신 말씀을 기록한 글입니다.

웰빙, 나를 찾아야겠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크게 회자하고 있습니다. 매스컴에서 “웰빙이 온다”고 떠들어 대더니 유기농 먹을거리와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더군요. 요가, 명상의 붐이 뒤따랐고요. 웰빙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온갖 것에 웰빙을 갖다 붙이는 현상도 생겼습니다. 웰빙이 대체 뭐기에…….

웰빙이란 말 그대로 ‘잘 있다(well-being)’는 뜻입니다. 어떻게 잘 있느냐? 몸은 건강해야 하고, 마음은 편해야 하고, 정신은 맑아야 합니다. 그것이 웰빙입니다. 마음하고 정신은 다릅니다. 마음은 가슴에 있고, 정신 즉 생각은 머리에 있습니다. 정신이 맑다는 것은 곧 생각이 맑다는 얘기입니다.

나라마다 웰빙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근본 개념은 인간답게 살겠다는 것입니다. 태동은 20~30년 전쯤이라고 보는데 제가 70년대에 유럽에 가니까 “자연으로 돌아가자, 인간답게 살자”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인데 그 전에 인간답게 살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새마을운동하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하느라 바쁠 때였습니다. 먹고사는 일에 바빠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든가 인간답게 살자는 얘기는 꿈도 꾸지 못할 때였는데 유럽에서는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인간답게 사느냐? 우선 너무 매여 있는 데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국가에 매여서 국가가 하자는 대로 따라 하고, 국가 발전을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고, 그러지 말자는 것입니다. 직장에 매여서 일벌레처럼 일만 하지는 말자는 것이지요.

가정에서도 직분이나 의무에 매여 허덕이며 살지 말자는 것이고요. 원래는 인간답고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 가정을 이루는 건데 거꾸로 되어 가정에 매여 살고 있잖습니까?

직장에 가면 사장이니 과장이니 하는 직함이 커다랗게 자리 잡은 나머지 정작 자기는 온데간데없습니다. 집에 오면 아버지니 남편이니 하는 역할이 크게 비중을 차지한 나머지 정작 자기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꿈일 뿐 현실이 아닙니다. 노예처럼 나귀처럼 매여서 정신없이 돌아가다 보니 자기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를 찾아야겠다”고 벌어진 운동이 웰빙입니다. 먹고살 만해진 나라에서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해졌기 때문에, 문화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에 태동이 된 겁니다.

여러 가지 형태를 띠고 나왔는데 우리가 볼 때는 아직 괴짜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결혼을 예로 든다면 결혼은 안 하고 동거만 하는 커플, 결혼은 해도 아이는 안 갖는 커플, 이렇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웰빙의 태동은 제가 볼 때는 유럽입니다. 프랑스 사람은 베짱이고 영국 사람은 개미라고 하잖습니까? 그런데 이제는 그 영국 사람들에게조차도 ‘다운쉬프트(downshift) 족’이라고 해서 "느리게 가자, 출세도 싫고 돈도 싫고 명예도 싫다, 나를 찾겠다” 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은 부류입니다.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가다 보면 기존 질서가 다 파괴되겠기 때문입니다. 회사 소유주가 볼 때 근로자들이 꼬박꼬박 주말 찾고, 법정 근무 일수 딱 채우고는 휴가 달라고 하면 유지가 잘 안 됩니다. 집안 어른들이 볼 때도 젊은이들이 가부장적인 질서에서 다 이탈하게 생겼으니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고요. 기득권 세력으로서는 거부하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대세를 따라가게 마련이지요.

전 세계적으로 제일가는 일벌레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법정 근무 시간이 주당 40시간이 넘는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그런 나라에서조차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게 됐습니다. 안 하려고 버티고 버티다가 노조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시행하게 됐습니다. 그 거대한 흐름이 이제는 뿌리칠 수 없게 들어와 있는 것입니다. 물밀듯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것이 웰빙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참 보수적인 나라지요. 아마 주 5일 근무제 법안도 끝까지 버티다가 통과된 나라에 속할 겁니다. 일 많이 하는 걸 칭찬하고 인간의 기본 도리이자 덕목이라고 여기는 나라입니다. 국가적으로 “일하자, 잘 살기 위해 일하자”노래하며 끌고 가는 나라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일벌레처럼 일하지 않으면 죄의식을 느끼는 문화적인 분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원래 돌아가야 할 길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그렇게 일을 많이 해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뭐든지 너무 많습니다. 기업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는 물건을 자꾸 만들어 내야 흥하니까 계속 많이 만들어 냅니다. 많이 만들어서 많이 팔려야 세금도 많이 걷히지 않습니까? 많이 만들어 내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일자리도 많이 창출되고요.

그런데 너무 많이 만들어 내면 그게 전부 쓰레기가 돼서 환경 문제를 일으킵니다. 환경 운동하는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죄악이지요.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안 만들어 내는 게 죄악이고요. 그래서 서로 충돌이 일어나는데 우주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들이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고, 불필요한 걸 만들어 내는 데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 진화하기 위해서 태어났습니다. 진화하지 않고 퇴보하고 지구를 오염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명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선에서, 간소하게 먹고 입고 생존하는 선에서 노동력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문화적인 일, 창조적인 일, 영적인 일을 위해서 쓰기를 원하는데 반대로 되어서 문화 챙기고 그러면 사치라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원래 돌아가야 할 길로 가는 거대한 흐름이 웰빙입니다. 그동안 기득권자들로부터 많이 억눌려 왔고, 소수의 튀는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쯤으로 치부되어 왔는데 어느새 매스컴이 많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웰빙이 벌써 주류이고 선두그룹이고 우리 문화를 바꿀 수 있는 흐름이라는 얘기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행복하게 일하는 법』(수선재)


한국적이고 우주적인 웰빙

한동안 우리 사회에 ‘웰빙well-being’이라는 단어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웰빙의 본뜻은 좋습니다. 자신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짐으로써 주변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 자신을 이롭게 하면 남도 이롭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웰빙은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입니다. 자기만 악착같이 챙기고 남은 나 몰라라 하는 이미지입니다.

그걸 그대로 답습할 게 아니라 한국적이고 우주적인 웰빙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이끌어 가자는 것인데 그 방법은 문화여야 합니다. 문화운동으로 가면서 생활 속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이념만으로는 꽃을 피울 수가 없습니다. 의식주, 놀이, 예술 등을 통해 보여줘야 합니다. 유럽에서 있었던 종교개혁도 그것만으로는 파급 효과가 적었을 겁니다. 그 뒤에 르네상스가 있었기에, 문학•예술•건축 등 문화 전반에서 인본주의의 꽃을 피웠기에 사회가 바뀔 수 있었습니다.

문화란 의식 수준입니다. 그 사회를 형성하는 대중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을 문화라고 합니다. 문명은 물질 수준을 말하고요. 그래서 문명이 발달했다고 해서 반드시 문화 수준이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주도하는 힘이 문명에서 문화로 넘어오는 단계입니다. ‘말세’라고 많이들 얘기하는데 기존의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의 중심에는 한국이 서 있습니다. 한국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후천시대로 바뀐다는 것은 문화, 의식 수준이 바뀐다는 것인데 동이(東夷)족의 문화, 선(仙)문화로 가도록 해야 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선(仙)문화

언젠가 뉴욕을 방문했을 때, 《라이언 킹》이라는 뮤지컬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주 수작이라고 느꼈지요. 음악도 춤도 무대장치도 소품도 훌륭했고 특히 배우들의 매력이 만점이었습니다.

배우들이 전부 흑인으로 구성된 것이 특이했습니다. 그들의 춤과 노래는 가히 우주적이었고요. 미국 뉴욕의 시민들에게도 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은 열정이 생기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인간이 결국은 도달해야 할 지점도 아프리카적인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仙)문화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문화입니다. 그런데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누구냐 하면 바로 원주민이기 때문에 그들한테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음악이나 무용, 색채와 미술 등 자신만의 보물을 그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식주는 많은 것들이 자연에서 오는 소재여서, 몸에도 좋은 것들입니다. 음악도 멜로디가 너무 좋고 또 탁기가 거의 없습니다. 선(仙)인류가 배우고 지향해야 하는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문명국이 나쁘기만 한 것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 섞여 있습니다. 선계의 문화가 이식된 부분도 있고 반대로 지구에 뿌리내리면서 많이 오염된 부분도 있습니다. 좋은 것을 추려서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풍속을 보면 동이족이 보통 종족이 아니었다는 흔적이 너무나 많습니다. 풍속이니, 의복이니, 음식이니 이런 것들이 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색동 문양은 우주의 문양입니다. 색깔이 그렇게 강렬하지는 않은 무지갯빛 문양입니다. 무지개는 오색이 반사돼서 일곱 가지 색이 나오는 것으로 기적으로 가장 조화된 색깔입니다. 몸에도 아주 좋은 색깔이고요.

『선인류의 삶과 수련1』(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