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실패란 없다

03 결혼은 선택의 문제

* 수선재의 명상 선생님인 문화영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하신 말씀을 기록한 글입니다.

결혼은 선택 사항

결혼은 선택입니다. 결혼을 해도 되고 독신으로 살아도 되는 것입니다. 단지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하면 결혼을 하면 짐은 무겁지만 발걸음은 가볍고, 결혼을 안 하면 자기 혼자 가니까 짐은 없는데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결혼이란, 비유하자면 길을 나설 때 배낭에 먹을 것을 가득 넣어 잔뜩 지고 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짐은 무거워도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반면에 결혼을 안하고 독신으로 가면 짐은 가볍지만 발걸음은 무겁습니다.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것이잖습니까? 남들처럼 결혼해서 가는 것은 아스팔트길을 가는 것처럼 순탄한데, 독신으로 사는 것은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는 것이기에 오솔길을 헤쳐 가는 것처럼 험합니다. 대세가 아닌 쪽으로 가면 길이 험한 것이지요. 대신 자기 몸 하나 간수하면 되니까 홀가분합니다.

아무튼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본인이 선택할 사항입니다. 만일 결혼을 선택하지 않으면 결혼을 통해서 해야 할 인생 공부를 다른 일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부부간에 해결을 봐야 할 일을 다른 사람이나 일을 통해서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건 안 하건 행복하면 된다

결혼의 역사를 보면 결혼이라는 제도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요즘 선진국들을 보면 결혼을 많이 장려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 결혼을 너무 안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입니다. 결혼을 안 하면 아이를 안 낳게 되고, 아이를 안 낳다 보면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인구 문제가 심각한 후진국에서는 산아 제한을 합니다. 같은 지구에서도 어느 곳에서는 결혼이 환영을 받고, 어느 곳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놓은 제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하건 안 하건 행복하면 되는 것입니다. 관계를 잘 유지하면 되는 것이지요. 인생을 다룬 것이 문학인데, 옛날에는 문학작품들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좋아했고, 항상 결혼이 끝이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 박수쳤지요. 하지만 요즘 문학작품들을 보면 결혼이 끝도 아니고 해피엔딩도 아닙니다.

결혼과 행복은 큰 상관이 없습니다. 결혼하면 성공이고 헤어지면 실패가 아닌 것이지요. 헤어져도 얼마든지 좋은 감정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서로 가슴에 앙금이 남고 상처가 있는 채로 헤어지면 불행한 것이지만, 서로 좋은 감정을 유지한 채 헤어지면 행복한 것입니다.

그리고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남녀 간에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남녀 간에 친구가 어디 있냐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안 하는 것뿐입니다.


둘 다 자유로울 수 있으면 된다

옛날에는 결혼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었고,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했고, 또 아들을 낳을 때까지 계속 낳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은 선택 사항이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기도 하고, 결혼을 안 하고 아이만 낳기도 합니다. 자꾸 변해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 제도나 어른들의 사고방식은 지금 젊은 분들의 사고방식을 못 따라 갑니다. 젊은 분들의 의식은 앞서 가는데 제도나 부모님들의 의식은 거기에 못미치는 것입니다. 생각은 고정되지 않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생각이 고정되어 있어서 계속 압력을 가합니다. 그래서 젊은 분들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람은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명상을 하는 이유도 자유롭기 위해서입니다. 옛날에 도 닦는 분들이 출가를 한 이유도 누구의 아내다, 남편이다, 자식이다, 부모다, 하고 매여 있는 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지요. 가정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해해주고, 지원은 못 하더라도 방해는 안 한다면 굳이 출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요.

인생은 단 한번뿐입니다. 소중한 것입니다. 어떤 역할에 얽매여 평생을 보내는 건 불행한 일인 것이지요. 자유롭게 살아야 하며, 자신이 상대방을 구속해서도 안 됩니다. 둘 다 자유로울 수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아니고, 둘 다 결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 결혼을 해도 좋습니다. 독립된 인간이라면 결혼이나 동거에 기대지 않고 짝이 있는 기쁨을 그 자체로 간직할 수도 있는 것이고요.


나눌 수 있을 때, 축복받을 수 있을 때

항상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결혼은 꼭 해야 한다”라거나 “영원히 결혼하면 안 된다”라고 못 박지는 말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에는 독신으로 살겠다고 마음먹었더라도, 어느 누구를 만나도 삐걱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질때가 온다면 그때는 결혼을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짝이 없으면 죽겠다’ 하는 상태에서 결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내가 나눠줄 것이 있을 때 결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홀로 서지 못해서 상대방으로부터 무언가 필요해서 결혼하기보다는, 같이 나눌 수 있고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때 결혼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축복받는 만남이어야 합니다. 그 결혼으로 인해 주변 사람 누군가가 상처를 입는 상황이어서는 안 되며, 하늘에서 내려다 볼 때도 축복받는 만남이어야 합니다. 누구나 다 축하해주는 사이라면 결혼 하지 않을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결혼이란 이렇게 대등한 상대끼리 만나고, 또 축복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명상하시는 분들은 관계를 자꾸 승화시키면서 가야 하지 않겠는가 합니다. 한사람으로 인해 상대방이 견인되어 올라가는 상태는 바람직하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서 상대방이 내려가는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결혼에 적령기란 없다

결혼에 적령기란 없습니다. 반드시 몇 살까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회 통념일 뿐입니다.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또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가 적령기인 것이지, 나이에 따라 적령기를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이며 무리해서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결혼운도 없는데 적령기를 넘기지 않으려고 무리해서 결혼을 하면 인연이 아닌 악연이 나타납니다. 인연이 없는데 억지로 결혼해서 파탄 나는 일을 제가 많이 봤습니다. 부모님들이 앞장서서 계속 선을 보게 하고, 인연도 없는데 결혼을 시키면 탈이 나더군요.

항상 자연스럽게 섭리를 거스르지 말고 살아야지 무리하면 안 됩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기다리면서 자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혼 인연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우자는 오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금은 결혼할 운이 아닌 것이지요.


1단이면 1단을 만나고, 9단이면 9단을 만나고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씀을 드리면 간혹 오해하시기도 하는데, 제가 결혼하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결혼은 좋은 일입니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면, 또 자신을 조절할 자신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찾으십시오. 멋있게 프러포즈하고 아름답게 사랑하십시오. 서로 엉키지 말고 쿨하게 사랑하십시오. 자신이 보기에도 아름답고 옆에서 보기에도 아름답게 사랑하십시오.

단, 너무 서두르지는 마시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시기를 조금 늦추더라도 안목이 높아졌을 때 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긍정적인 방법으로 결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명상을 하시다 보면 안목이 높아지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할 일이 점점 줄어듭니다. 번잡하고 잡스러운 방법이 아닌, 남이 봐도 반듯하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결혼할 수 있게 됩니다.

결혼을 유보한다고 해서 만나지지 않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여자 분들의 경우 30살, 40살이 넘으면 여자로서는 끝인 줄 알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줄 아는데, 그 나이가 되면 쳐다보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끊임없이 만나집니다.

그리고 본인의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수준 높은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내가 1단이면 상대방도 1단이 만나지고, 내가 9단이면 상대방도 9단이 만나지고, 이렇게 자기 수준에 맞는 상대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혼이 급하지 않은 분들은 좀 더 성숙해진 후에 상대를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 인연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들의 경우, 주변에 사람은 있으나 자신의 눈에 들지 않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진정 자신이 상대에게 원하는 게 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마음을 낮추고 진정 자신이 배우자로부터 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십시오. 자신이 줄 수 있는 것과 받고 싶은 것을 정리하면 배우자의 조건이 나올 것입니다. 그 조건을 마음속에 품고 상대를 찾아보십시오.

결혼 상대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면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존경스러운 면,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지요. 서로 존경하지 않으면 부부 사이가 형편없습니다. 아름답지 못하고 격이 떨어집니다.

저는 ‘사랑’이라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사람들이 2년 반이 지나면 상습적으로 거짓말하고 서로 속이며 살더군요. 그에 비해 존경은 진실합니다. 위장이 없는 것이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상처를 달래는 법』(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