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일을 찾으세요

02 일을 통한 인생공부

* 수선재의 명상 선생님인 문화영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하신 말씀을 기록한 글입니다.

두루 사회를 알면서 깨이는 공부

교도관으로 6년여를 근무하다가 그만두고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하신 회원님이 계십니다. 이분의 경우 사회생활이 많이 필요한 스케줄입니다. 두루 사회를 알면서 두루 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이란 의식이 깨이는 건데 의식이 명상으로만 깨이지는 않거든요.

이분을 보면 상당히 치우친 면이 있습니다. 매사를 자기한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봐왔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지요. 좁은 시야로 극히 일부를 봐왔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을 많이 접촉하면서 두루 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치우친 생각을 안 합니다.

세상에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더군요. 세상공부는 하기 싫고 자꾸 숨고만 싶어 합니다. 교도소라는 직장도 사실은 숨는 곳이었습니다. 도피하는 습성이 배어 있는데 그걸 고치려면 세상으로 나가야 합니다.

지금 동대문 시장에서 좌판 놓고 장사를 하는데 세상을 잘 알 수 있는 공부입니다. 길거리에서 오가는 사람을 보면서 경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일입니다. 경제를 알려면 은행이나 증권거래소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게 아니지요. 길거리에서 좌판 놓고 팔면 훨씬 빨리 알 수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행색, 태도, 하는 얘기 등을 잘 관찰하면 ‘나라가 어떻게 돼가고 있구나’ ‘어떻게 해야 하는구나’ 하고 터득이 됩니다.

김시습 선인은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분이십니다. 이지함 선인은 인간을 깊이 연구해서 깨달음을 얻으셨습니다. 남사고 선인은 또 자연을 깊이 체득해서 깨달은 분이시고요. 앉아서 내부로 파고드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숨 쉬는 일은 병행해야 하고요.


인간에게 관심 갖는 공부

어느 남자 분은 사법 연수원을 나와서 변호사 개업을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변호사가 과연 내 일인가?’, ‘때려치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더군요. 이분의 경우 전생에 판단을 한 번 잘못했던 인연으로 법복을 입은 것입니다. 이번 생에 그걸 풀어야 합니다. 변호사 일을 통해 인간사를 두루 공부해야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법에 관심이 없습니다. 법전을 뒤지고 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대개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애환을 보면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인간 군상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등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요. 자기 일 외에는 관심이 없는 성격인데 변호라는 건 사람에게 관심을 갖다 못해 사랑을 해야 할 수 있는 일이지요. 변호사 일을 통해서 사람에게 관심 갖는 공부를 하라는 뜻이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역량보다 넘치는 일

- 저는 사회 공부나 제 성격적인 결함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피부관리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을 많이 해야 하니까 힘들더군요. 사람을 직접 만지다 보니 탁기(濁氣, 탁하게 오염된 기운)도 많이 받고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할까요?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딴 일을 찾아야 할까요?

괴로움을 느낄 정도면 옮겨야지요. 본인이 괴롭지 않다면 괜찮은 것이고요. 그런데 앞으로도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계속 해야 한다면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보니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네요. 그러면 탁기를 이겨낼 수 있게끔 본인의 역량을 자꾸 길러야 합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그 일을 좀 더 하면서 역량을 기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항상 사람은 자신의 역량보다 좀 넘치는 일을 해야 발전을 합니다. 능력이 100인데 70, 80 정도의 짐을 지우면 콧노래 부르면서 너끈하게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거기에 120, 150의 짐을 지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시일 내에 그분의 역량이 강화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힘겨울 때는 그러한 목적이 있음을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 저도 요즘 회사 생활이 많이 힘겨운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하신 분의 경우 조직 속에 들어가서 조직의 일원이 되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 저는 세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지금의 직업이 적성에 안 맞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아마 어느 직업을 택해도 그럴 겁니다. 원인이 자기한테 있지 직업에 있는 게 아닙니다. 매사가 정확해야 하고, 아주 분명해야 하고, 그런 성격이 심하잖습니까? 그런 고지식한 성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겁니다.


먼저 정서적으로 독립해야

아는 분이 번화가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여사장인데, 하는 행동을 보면 ‘음식점 사장’보다는 ‘누구 아내’가 훨씬 크더군요. 사장이면 사장다워야 하는데 한 80%는 누구 아내입니다. 별로 잘나지도 않은 남편의 비중이 너무 큰 거지요.

사실은 이분이 남편보다 더 잘났습니다. 그릇이 커서 오히려 남편을 끌어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도 만날 남편 뒤에 서서 징징거립니다. 계속 남편을 올려다보면서 밑에서 징징거리다 보니 못 벗어납니다. 그렇게 된 원인은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입니다. 남편한테 매달려서 자기를 조그맣게 만든 겁니다. 남편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는 건데요.

남편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 분들을 보면, 남편이 자기를 가두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스스로 못 벗어난 경우가 더 많더군요. 남편 안에 숨어서 자기를 억누르는 겁니다. 태아가 엄마 몸속에서 쭈그리고 있듯이 그런 자세로 있습니다. 스스로 서지를 못합니다. 외로워서 남편이 필요하고, 남편의 인도가 필요하고, 그렇게 정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남편을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버리라는 게 이혼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남편을 독립시키라는 것입니다. 피장파장으로 서로 독립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자를 독립시키면서 자기도 홀로 서야 합니다.

『행복하게 일하는 법』(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