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스리는 지혜

05 갈등에 대처하는 지혜

* 수선재의 명상 선생님인 문화영님이 제자들을 가르치며 하신 말씀을 기록한 글입니다.

갈등으로 와 닿으면 불청객

육체적인 활동은 에너지 소모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습니다. 감정 상태만 좋다면 일은 하루에 10시간, 12시간 해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노래 부르면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은 30분, 1시간만 하면 나가떨어집니다. 감정의 파도라는 것이 엄청난 것이라서 몸이 감당을 못하는 것입니다. 만약 24시간 갈등을 달고 있다면 당할 장사가 없을 겁니다.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갈등은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입니다. 잠깐 들어왔다 하더라도 내쫓아야 하는 불청객입니다. 사랑이든 돈이든 아무리 근사한 주제라도 기쁨으로 와 닿으면 손님이고, 갈등으로 와 닿으면 불청객입니다.

대개 보면 잠잘 때조차 달고 있더군요. 반가운 손님도 아닌데 맞아들여서 너 죽고 나 죽자 하더군요. 24시간 끌어안고 같이 죽는 것이지요.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진 않는가

일할 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흥분해서 붕 떠있는 분이 있는가 하면,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엄청나게 피로한 분이 있습니다. 하는 일에 비해서 너무 많이 긴장하고 흥분하고 힘들어하는데 에너지 안배를 잘 못해서 그러는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십시오. 엄청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서 힘들어하는데 따져보면 아주 작은 일들입니다. 하는 일을 쭉 돌아보십시오. 작고 사소한 일을 하고 있으면서 엄청나게 무거운 짐을 진것처럼 느끼는 건 아닌가? 책가방에 연필과 노트 한 권을 넣어 등에 지고 학교에 가면서, 쌀 한 가마니를 지고 가는 것처럼 느끼는 건 아닌가?

그 학교의 학생들을 다 먹여 살리는 중책을 맡은 양 지고 가니 얼마나 무겁겠습니까? 가기도 전에 지칩니다. 실제로는 안 그런데 체감 온도만 엄청나게 높은 겁니다. 마음에서 짐을 덜어내시기 바랍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기

마음이 자꾸 무거워지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십시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큰일인가? 엄두를 못 낼 일인가? 힘든 일인가?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신에게 부담스럽고 크게 다가오는 일들을 정면으로 맞아 치지 말고 손바닥으로 받으십시오.

살아가다 보면 외부에서 공격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걸 크게 받느냐 작게 받느냐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공격이 들어오면 그걸 온몸으로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 인생에서 온몸으로 맞받아쳐야 하는 일은 없습니다. 제가 명상을 해보니까 그런 일은 명상밖에는 없더군요. 그나마도 명상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의 일입니다. 대부분 몸의 한 부분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일들입니다.

대응하는 방법을 몰라서 온몸을 갖다 대고 머리를 들이대다가 치명상을 입는데, 손으로 탁 받으십시오. 지구도 우주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보면 작게 보입니다.


옆구리로 받아서 주머니에 넣기

어떤 사태가 발생하면 대개 그걸 정면으로 받습니다. 누가 한마디 하면 그게 화살이 돼서 가슴에 탁 꽂히는 게 보통 사람입니다. 화살이 가슴에 박혀서 아파하고 비명 지르는데 명상하시는 분들은 정면으로 받는 게 아닙니다. 중단은 아껴야 할 부분이거든요.

누가 나를 공격하면 옆구리로 받으십시오. 슬쩍 비켜서 옆으로 받고 주머니에 넣어놓으십시오. 그렇게 하면 한결 여유가 생깁니다. 권투할 때도 그렇잖습니까? 정면으로 맞는 것보다는 옆으로 비껴 맞는 게 좀 낫습니다. 누가 나를 공격하면 그냥 비키십시오. 그 자리를 비키는 게 제일 좋습니다.

부부 싸움할 때 제일 미련한 사람은 “때려봐, 때려봐” 하면서 대주는 사람입니다. 갖다 대는데 때리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그러고선 맞았다고 분개합니다. 상대방이 때릴 기세면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제일 현명한 방법입니다.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서 물을 틀어놓고 볼일 보는 시늉을 하는 겁니다. 그 자리를 피하면 조금 있으면 그게 사라지거든요.

항상 옆구리로 받아서 주머니에 넣어두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면 벌써 충격이 완화됩니다. 주머니에 들어가면 별것 아니게 되는 겁니다. 그런 방법으로 명상을 하시면 빨리 무심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해결하거나, 보류하거나, 포기하거나

어떤 사안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거기에 맞서서 해결을 하거나, 보류하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잊어버리거나,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사안에 따라 맞붙어서 해결할 건 해결하고, 창고에 넣을 건 넣고, 내다버릴 건 버리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로 해결하기. 문제들이 지금 나한테 와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운이 나빠서 온 게 아닙니다. 우연인 것처럼 보여도 꼭 내가 공부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에 온 겁니다. 그런 문제들은 덮어놓는다고 해서 해결나지는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맞붙어서 해결해야 합니다. 피한다? 임시로 피할 수는 있지만 늘 따라다닙니다. 내가 왜 그랬던가, 하고 한으로 남게 됩니다. 너무 힘들면 잠시 유보할 수는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금생에 한 번씩은 다 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보류하기. 갈등을 받아치지 말고 더 중요한 일을 위해 일단 보류하는 방법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자신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그 문제에 대해 어떤 해답을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마음에 담아 두지 말고 일단 보류하십시오.

세 번째로 포기하고 잊어버리기. 잊어버릴 건 오늘 내로 잊어버리십시오. 한 달 후에 잊어버리겠다? 그건 안 되지요. 오늘 내로 잊어버려야 합니다. 내일 다시 생각나면 또 ‘오늘 내로 잊어버리자’ 하시고요. 그렇게 노력하면 빨리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 셋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데 결정은 하루를 넘기지 마십시오. 결정하는 데 하루를 안 넘긴다, 한 시간을 안 넘긴다, 하면 이미 도가 트인 상태입니다. 도가 트이면 어떤 결정이라도 10분 안에 내릴 수 있습니다. 판단이 딱 서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끌수록 미숙하다고 보면 됩니다. 정서적으로나 영적으로나 미숙한 사람이 끕니다.

결정할 사항이 있다면 돌아가서 당장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미련이 있으면 보류했다가 다시 시작하시고요. 보류한다는 건 창고에 넣어 놓는 것이지요. 창고는 가끔 들어가서 보는 데지 만날 보는 데가 아니잖습니까? 그렇게 현명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내 힘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

내 힘으로는 해결이 안 되고 계속 갈등이 쌓인다면 그냥 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포기하는 겁니다. 해결을 못하겠으면 포기라도 해야 합니다. 해결도 못하고 포기도 못하고 있으면, 당연히 머리 아프고 뒷골 당기고 비몽사몽간에 흐릿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속 붙들고 있으면 기운이 많이 빠집니다.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하지요.

억울해서 못 버리겠다? 미련이고 집착인데 안 되면 버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시 공부를 한다 했을 때 몇 번 해봐서 안 되면 그쪽으로는 인연이 없는 것입니다. 3수, 4수, 하는 건 부질없는 집착입니다. 두 번 이상 떨어지면 인연이 없다고 보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짝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 시도해 봐서 안 되면 금방 포기해야 하는데 대개는 “끝까지 해봐야 직성이 풀리겠다” 하더군요. 내 힘으로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는 거지요.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을 싫어하면 했지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마음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해보는데 불필요한 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겁니다.

살다 보면 자기 힘으로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습니다. 그런 일들은 금방 포기해야 합니다.

『행복하게 일하는 법』(수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