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다 기술입니다. 어떤 사람이 있다 했을 때,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면 관계가 좋고 나를 싫어하면 관계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나를 좋아해도 내가 미숙하면 갈등이 오고, 나를 싫어해도 내가 잘 헤쳐 나가면 부딪히지 않고 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다는 것은 내가 그만큼 관계에 미숙하다는 것입니다.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주변 사람과 계속 갈등이 있는 것은 내게 그만큼 미숙하고 막무가내 같은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방적으로 하지 말고 지혜롭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줄곧 느껴온 것은 우리 수선인들뿐 아니라 많은 인간에게는 의사소통에 장애가 있다는 것입니다. 도반(道伴, 길을 같이 가는 벗) 간에,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나아가서는 수선재와 사회 간에 말이지요. 기본이 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것들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이 커뮤니케이션의 부재로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크게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협상이라고 해도 커뮤니케이션으로 적정선에서 해결 가능하지요. 하물며 도반같이 추구하는 것이 같은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단절을 겪는다면 수준 미달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대화가 잘 안 될 때는 말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말하는 내용의 문제
2. 말하는 태도의 문제
3. 말하는 시간과 장소의 문제
4. 대화 당사자 간의 문제(평소에 허물없는 사이가 아니라면 직접 말하는 것과 타인을 통하여 말하는 것)
5. 화법에 관한 문제(듣는 이가 까다로운 사람이라면 직접 화법보다는 간접 화법을 사용하여 상대방이 알아채도록 하는 방법)
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대화를 시도하는 이가 전문가라면 상처를 내지 않고 환부만 가볍게 도려낼 수 있는 데 비하여 비전문가라면 여기저기 상처만 내고 정작 환부는 도려내지 못하는 것이지요. 또한 대화를 듣는 이가 전문가라면 말을 전하는 이가 미숙해도 깔끔하게 단 한마디의 말로 정리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고요.
대화가 어긋났다면 또한 몇 번에 걸친 대화와 출혈을 겪은 후에 수습이 되었다면 둘 다 미숙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슬쩍 던져 보아서 못 알아듣거나 출혈이 많다면 상대방이 아직 그런 말을 받아들일 때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반드시 필요하여 말했다면 더 이상 긴 변명은 하지 말고요.
짧은 말로 짧은 시간 안에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화를 마치는 것을 전문가라고 합니다. 상대방을 위하는 담담한 사랑을 말이 끝나고 돌아서는 순간에 느끼게 해준다면 더없이 훌륭한 전문가이지요. 우리 수선인은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여야 한다고 봅니다.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거의 모두가 대화의 기술 부족에서 온다고 봅니다. 인간관계란 모두 사소한 어긋남으로 인한 작은 상처를 계속 덧나게 하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고요.
말을 듣는 입장에서 수긍이 안 된다면 다음의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해도 싫을 만큼 상대방을 싫어하는가?
2. 그것이 아니라면 칭찬은 좋고, 지적은 싫은가?
3. 내용은 수긍이 갔으나 말하는 시기, 장소와 태도가 걸렸는가?
4. 시기, 장소와 태도는 적절했으나 내용에 수긍하지 못하는가?
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소한 행동들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기분 상하고 기분 좋고 하는 것이 사실은 큰 게 아니라 작은 것에서 비롯됩니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배려하는가? 어떻게 대우하는가? 이런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왔는데 본척만척하고 딴 일을 열심히 하고 있거나, 뭔가 열심히 치우면서 말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때는 그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경청해야 합니다.
경청할 때는 시선을 적당히 상대방의 가슴쯤에 두고 얘기를 듣되, 도중에 전화를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화 중에 전화가 오면 “잠깐만요” 하고 받지 말고, “지금 누구와 얘기하는 중이니까 10분 내에 다시 전화를 드리겠다”하고 끊거나 전화를 돌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이 “나는 하느님의 종입니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종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제일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면 틀림이 없는 것이지요.
장사를 해보신 분들은 들어왔다가 “나중에 올게요” 하는 분들을 종종 봤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꼭 뭔가 조건이 안 맞아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껌을 씹고 있었다거나, 신발을 끌고 다녔다거나, 자기와 얘기하다가 전화를 받고서는 오래 안 끊었다거나, 그런 사소한 문제 때문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대하는 마음이 예의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항상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예우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스무 서너 살 때부터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의 질서 없음, 급함, 무례함이 싫어서였습니다. 우리가 참 많이 거칩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거칠고 남에 대해서도 거칩니다. 말도 행동도 함부로 합니다.
휴식을 취하려고 지방 어디에 갔다가 불쾌해져서 돌아온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제가 온천을 좋아하고 목욕을 좋아하는데 가면 왜 그렇게 떠드는지 모릅니다. 듣기 싫은데 남의 가정사를 다 들어야 합니다. 탕 안에서 때를 밀지 않나, 세수를 하지 않나, 수영을 하지 않나…….
외국에 가면 한국인이 자주 가는 수영장, 목욕탕에는 어김없이 “때 밀지 마시오, 침 뱉지 마시오”라는 한국말이 붙어 있습니다. “떠들지 마시오”라는 말은 차마 못써 붙인 것 같습니다. 공항에서도 한국 아줌마들의 웃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저 멀리까지 들립니다. 그러니 한국에서는 어디를 가도 유쾌하지가 않은 겁니다. 가면 그 무례함과 예의 없음 때문에 불쾌해집니다.
외식을 하면 밥 먹으면서 종업원 눈치를 봐야 합니다. 손님이 있는데 종업원들이 자기네끼리 떠듭니다. 그런 것들이 사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요. 손님을 위한 식당이지 종업원을 위한 식당이 아니잖습니까? 얘기할 일이 있으면 작게 소곤소곤 얘기해야 하는데 종업원들이 손님보다 더 떠듭니다. 주방에서 소리가 안 들려야 하는데 설거지 콱콱하고 그릇을 쾅쾅 내려놓습니다.
식사 시중도 손님이 앉아 있는 오른쪽에서 해야 하고, 그 옆 손님은 또 그 오른쪽에 가서 해야 하는데 쑥 들어와서 여기저기 막 합니다. 반찬도 다 휘저어 놓고 가고요. 다 먹기도 전에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가기도 합니다.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 눈치를 봐야 합니다. 음악 틀어놓지, 계속 말 시키지, 도대체 누가 주인인지 모릅니다. 거칠게 다루어지고, 내던져지고, 택시 타는 걸 황송해 해야 하고……. 손님으로 가서 정당한 대접을 못 받는 것입니다. 정당한 대접을 못 받으니까 마음이 자꾸 상처를 입습니다. 거친 대접을 받았기 때문에 또 남을 거칠게 대접합니다.
그런 게 다 교육입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교육해야 하는데 안 되어 있습니다. 우리 국민성이 이렇게 된 이유는 아마 어디 가서 기본적인 예의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회사에서 껌을 짝짝 씹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고, 30분씩 개인 전화를 하면서 떠들고……, 다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시정해 나가야 합니다. 그분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안 그래야 합니다. 서로 그러지 않도록 사소한 것들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